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달 Jul 07. 2022

[책 리뷰] 수상한 간병인

오윤희 작가 시리즈 1

제목: 수상한 간병인

저자: 오윤희

출간: 2022.03.15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 신착도서들을 쭉 훑어보는데 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도서 추천 글로 보기도 했고 바로 작년 간병해본 사람으로서 간병인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윤희 작가의 수상한 간병인


  보통 ‘간병’이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제쳐두고 환자에게만 집중해야 하고 어렵고 지저분한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두 달간 꼼짝없이 병원에서 간병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그 시간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울 수 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간병을 해보기 전 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의 일이었고 나와는 먼일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하소연하는 말에 잘 공감도 못했고 오직 관심사는 나의 오늘과 미래뿐이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중요했고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보다 나를 발전시키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간병하며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이 아파하는 것을 들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을 미루기보다 현재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었고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환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 무엇보다 성공하는 게 우선순위였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어 주는 것, 그들과 보낼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은수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아픈 노인의 간병인을 자처했지만, 불행하다 생각했던 자신의 처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노인의 모습을 보며 그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힘쓴다. 그리고 처음 간병인으로 들어왔을 때의 은수는 꿈은 사치라며 꿈같은 건 없다고 말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노인이나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간병을 하기 전 은수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들어왔고 엄마를 향한 자신의 분노를 누구에게라도 분출하고 싶어서 노인의 집에 들어왔지만, 이후에는 타인까지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노인은 외로움이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고 고독이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외로움과 고독을 지독하게 경험했을 노인이 가장 외롭지 않고 고독하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은 모순적이게도 죽을 날짜를 받아놓았을 때부터다. 인생의 마지막을 알고 있는 노인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남은 시간을 보낸다. 좋아하던 영화도 보고, 그동안 건강 때문에 못 먹던 술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풍성히 누린다. 더욱 고통스러울 일만 남은 노인에게는 죽음의 날이 곧 해방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달갑지 않은 주제인 간병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간병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원망스럽던 과거를 청산한 은수, 죽음으로 자유와 평안을 누리는 노인.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움과 슬픔이겠지만 노인에게 죽음은 축복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간병하던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남아있는 사람이 걱정돼서 그렇지 나는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영원한 안식이 있는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거야. 장례식에서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재밌게 살아.” 이 책에서 내가 받은 메시지도 동일하다. 얼마를 살든 마지막 날처럼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살라는 것.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매일의 작은 행복들을 누렸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