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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달 Jul 22. 2022

[책 리뷰] 죽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시리즈 1

제목: 죽음 1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출간: 2019.05.30



  살아있는 자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죽은 자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살아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죽음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육체가 형체를 잃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가 기존에 바라보던 관점이 아닌 색다른 관점으로 죽음에 대해 말해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브리엘 웰즈라는 작가다. 가브리엘 웰즈는 여느 때와 같이 글을 구상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꽃집 앞을 지나가는데도 아무런 향기가 느껴지지 않고, 어떤 것에서도 아무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가브리엘은 서둘러 병원으로 향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가브리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단 한 명, 뤼시 필리피니라는 여자 영매뿐이다. 뤼시는 가브리엘에게 당신은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가브리엘은 죽기 전 사소한 전조증상조차 없었고, 다른 사람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브리엘의 지인들은 가브리엘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검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가브리엘은 뤼시에게 자기 죽음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건강과 안전을 끔찍이 생각하는 뤼시는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일은 싫다며 거절한다. 그런 뤼시에게 가브리엘은 9년 전 실종된 애인을 찾아줄 테니 자신의 죽음에 대해 계속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뤼시는 가브리엘의 제안을 승낙하고 조사한 결과 독살로 인한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뤼시는 능력 있는 영매로서 영혼과 대화할 수 있고, 떠돌이 영혼들에게 좋은 집안의 태아로 환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리고 한참 전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의 할아버지는 생전 경찰이었기 때문에 수사에는 이골이 났다. 가브리엘은 두 사람의 능력을 빌려 실종된 뤼시의 애인과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간다.




  책 제목이 '죽음'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모두 다르다.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우선 영혼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뤼시는 죽음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뤼시는 죽음보다는 삶에 더 애착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집 안에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문구를 붙이고, 누구보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뤼시처럼 행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일궈놓은 부와 명예에 대한 애착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일 수도 있고 각자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죽음보다는 삶을 원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자신의 행복을 의지하는 사람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란다.

  가브리엘의 할아버지에게 죽음은 해방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받으며 숨만 쉬고 있던 할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스스로 삶을 끝다. 할아버지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며 살아가는 떠돌이 영혼 생활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는 것이 더 안 좋은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가브리엘은 의문투성이인 자신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싶어 하고, 죽음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할아버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2권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




  나는 뤼시처럼 삶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이지만, 할아버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됐다. 할아버지는 생전 손자 가브리엘이 주는 기쁨도 컸겠지만, 그 이상으로 살아있음으로써 느끼는 고통도 컸다. 병이 생긴 이래로 죽을 때까지 손발이 묶인 채 지내야 했던 할아버지에게 죽음은 마음껏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 것이다.


  이 책은 읽으면서 별다른 질문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냥 두렵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이미지가 연상되어서 가브리엘과 할아버지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조사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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