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정기 외래 때마다 교수님은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얼마나 내려놓았는지 확인하셨다.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
“잘하려는 마음, 완벽해지려는 마음,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환자 분을 아프게 했어요.”
그런데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떻게든 잘 해내야만 하는 직무를 선택했다. 결과가 온전히 내 몫인 업무를 맡았기에, 잘되든 망하든 내 탓이었다. 심지어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었고,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보직 이동 후 처음 3개월은 업무를 배워나가는 데 집중했다. 야근의 연속이었지만, 새로운 일을 배워나가는 과정인 만큼 3개월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벚꽃이 필 무렵, 나는 또 한 번 완전히 무너졌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큰 규모의 프로모션을 맡게 되었다. 프로모션의 중요도가 올라가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나를 짓눌렀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심리적 압박을 받은 적은 없었다. 수험생활부터 사회생활까지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였다.
눈물이 마르지 않던 4월이었다.
출근 전부터 속이 메스꺼워 점심을 거르는 날이 많아졌고, 퇴근 후에는 온갖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고는 있었지만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지만, 식은땀에 흠뻑 젖어 깨곤 했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했다.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뭘 더 할 수 있을지. 생각난 것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고, 다음 날 일찍 출근해 하나하나 점검했다. 2주가 지나자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보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회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 주말에는 시댁에 내려가 시부모님과 꽃구경을 하고 어머님께 요리도 배웠다. 시댁에 있는 동안은 시부모님과의 시간에 집중하면서 잠시 회사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침 출근길에는 긍정 확언 유튜브 영상을 보며 출근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 나는 능력이 있다. 나는 가능성이 있다.” 이 문장들을 내 잠재의식에 새기듯 반복했다. 퇴근길에는 메모장에 적어둔 글귀를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기에, “내가 사장도 아니고, 맡은 일에 빵꾸 내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아무도 나에게 대단한 걸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문장들을 수없이 되새겼다. 잠들기 전에는 바디스캔 명상 영상을 틀고 마음을 다스리며 잠들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은 쉽게 잠들었지만, 어떤 밤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처음 진급을 위해 보직 이동을 결정했을 때처럼, 매출의 흐름을 바꾸려면 트렌드를 바꿀 만한 ‘큰 액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큰 틀에서 바라봐야 했다. 작은 변화를 위해 나를 갈아 넣었더니, 나만 소모되고 결과는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았다. 그 깨달음 이후로 점차 마음에 안정과 여유가 생겼다.
모든 프로모션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인사이트를 얻고 다시 나아가면 된다. 그런 경험이 쌓여 내공이 되고, 결국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2025년 4월, 나는 누락 없이 과장 진급을 했고, 1년 전보다 훨씬 단단한 내면을 가진 내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