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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혼에 기타를 주고 있지

오늘, 시로 다가온 당신

by 해달

1. 난 영혼에 기타를 주고 있지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아니, 도망치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


그저 그 자리에 남아서

의연하게 의연한 척 '견디고' 싶었지.


그래서, 그래서였어.

말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었어.


음악! 그건 우리 모두에게

공감, 또 위로를 전달할 '무엇'이니까.


그래서, 그래서였어.

무작정 기타를 사고, 수업을 신청했어.


홀로 잘 알지 못하지만,

왼손과 오른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나는 '위안'하고 있었지.

넌 도망치지 않았고, 넌 견디고 있었어.


그 자리에서 손가락으로

슬픈 노래엔 슬픔을, 기쁜 노래엔 기쁨을 튕기고.


꽤 괜찮은 방법이었어.

사람을 위로하기에 그래, 나를 위로하기에.


난 영혼에 물을 주고 있지

언제쯤 이 슬픔이 갈지 모르지만, 일단,


일단은 물을 줘야 하지.

숨을, 숨은 쉬어야 하니까. 나는


난 영혼에 기타를 주고 있지.

그리고 그건, 제법 위로가 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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