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221

by 고래꼬리

1.5L 보온 보냉 주전자

길쭉하지 않은 4:3 비율의 원통형, 아이보리색

오래전부터 탐내던 물건이다

동네 산책 나갔다가 폐점 세일 하는 곳에 들렀는데 이 아이도 세일 물건 중에 끼어 있었다

그러나 보온병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리 싼 가격도 아닌지라 들었다 났다 만지작거리 기만 할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남편이 결정해주었다

필요한 거면 사라고.. 꼭 필요하지 않아도 당신이 갖고 싶은 거면 필요한 거라고 한다

그렇게 이 아이는 나에게 왔다

나는 따끈한 차를 좋아한다

한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보온병은 베이킹 소다를 녹인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다

차망에 루이보스티를 담고 생수 한 병을 끓여 보온병 가득 담는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시간이다

조용하고 편안한 평일오후

잔잔한 재즈를 틀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보며

살짝씩 창밖의 파란 하늘을 보며

따뜻한 차를 마시는 일

유리잔에 따뜻한 차를 따르면 김과 섞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둥글둥글 들린다

김은 차를 뚫고 모락모락 기어 올라와 찻잔 밖으로 날아간다. 자유로운 김은 나풀나풀 날아간다

자유를 찾지 못한 차는 찻잔에 담겨 향기만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