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6
”앗싸 옷 득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한다.
1년 안에 입지 않은 옷들은 정리하라고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아직 멀쩡한 옷을 버리는 것이,
살 때는 예쁘다, 맘에 든다하며 샀을 옷들인데.
나도 누군가의 입지 않은 옷이 되어 정리가 되었을 수도 있고, 내가 누군가를 그런 이유로 정리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쉽게 무엇이든 정리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다시 옷장에 잘 개어서 넣는다.
다시 찾을 날이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기회를 더 줘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비록 옷장 안에 걸려 있는 옷들이 숨 쉴 틈 없이 걸리어도,
서랍장은 입을 꼭 다물지 못해 깔끔히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여도.
허리가 안 맞는 청바지들에도 기회를 주었다.
살 빼고 다시 너희를 찾으리라 했던 약속은 몇 년 만에 지켜졌다.
정리의 원칙에 따르면 벌써 정리돼야 했지만 지금 잘 입고 있다.
모든 원칙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스몰라이프.
깔끔하고 좋다.
하지만 내가 아끼던, 한때는 사랑했던 물건들에게 조금은 시간을 주고 싶다.
너무 냉혹하게 내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천천히 정리 되어질 시간을 주고 싶다.
오래도록 잊고 있던 옷들은 결국 정리가 된다.
그때마다 한 보따리씩 나와 있는 옷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옷장은 항상 만원사례다.
처음 보는 옷을 발견하기도 한다. 옷이 새끼를 쳤나?
오늘은 작년엔가 정리해 두었던 멀티박스를 꺼내보았다.
무슨 옷이 들어 있는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롱패딩이 없는지 알고 샀는데. 내가 롱패딩이 있었구나.’
‘경량 패딩을 또 샀었나?’
‘아! 이 옷이 있었지?’
잊고 있던 옷들을 찾아냈다.
새로 옷을 장만한 것 같은 기분이다.
반갑다 옷들아. 오랜만이야. 이번 겨울은 너희들과 따뜻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