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24

by 고래꼬리

모든 것이 정지된 영화의 한 장면

나도 가끔씩 그 장면의 일부분이 되곤 한다

커다란 벽을 마주 선 것 같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사방이 유리로 된 유리관 안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것 같은

그럴 때 모든 것은 정지되고

숨은 막히고

사지는 떨리고

머릿속의 뇌는 원심분리된 것 같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는 상황

어떤 출구도

어떤 해결책도 없을 것 같고

아주 짙고 무거운 어둠이 세상에 가득 차고

나는 그 가운데 박힌 존재

그러나 0과 1만 있는 세계로 들어서면

어둠은 걷히고 벽은 사라진다

0과 1만 있는 세계로 가는 길은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고

돌고 돌아 아주 먼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할 수도 있고

꽃길 일수도 있다

그 길을 정하는 것은 모두 나의 결정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