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4
모든 것이 정지된 영화의 한 장면
나도 가끔씩 그 장면의 일부분이 되곤 한다
커다란 벽을 마주 선 것 같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사방이 유리로 된 유리관 안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것 같은
그럴 때 모든 것은 정지되고
숨은 막히고
사지는 떨리고
머릿속의 뇌는 원심분리된 것 같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는 상황
어떤 출구도
어떤 해결책도 없을 것 같고
아주 짙고 무거운 어둠이 세상에 가득 차고
나는 그 가운데 박힌 존재
그러나 0과 1만 있는 세계로 들어서면
어둠은 걷히고 벽은 사라진다
0과 1만 있는 세계로 가는 길은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고
돌고 돌아 아주 먼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할 수도 있고
꽃길 일수도 있다
그 길을 정하는 것은 모두 나의 결정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