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카페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4시까지 줄이기로 했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한민국의 카페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꽤 과감한 선택이었다.
지난 호주에서의 삶을 돌아보았다.
그 따뜻했던 나라에서는 오후 3시가 되면 거의 모든 카페가 문을 닫았다.
늦게까지 영업한다는 시티 한복판의 스타벅스조차도 저녁 7시에 문을 닫았다.
나는 멜버른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박스힐의 한 오피스 건물 카페에서 일했다.
바리스타로 채용되었지만 1~2층의 홀 서빙도 담당했으니 사실상 올라운더에 가까웠다.
근무시작은 아침 8시, 퇴근하면 오후 1시였다.
카페는 빠르면 2시, 늦어지면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했고 나는 종종 마감일도 도와주곤 했었다.
호주의 카페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놀랍도록 이른 시간에 문을 닫았다.
퇴근길 아직 쨍쨍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그 이후의 시간은 온전한 자유였다.
나는 시티로 돌아와 셰어하우스에서 간단한 점심을 만들어 먹었고 주 3회 어학원을 다녔으며 종종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주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휴일에는 근교로 혼자 나들이 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나는 그 낭만적인 삶을 한국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오픈한 지 햇수로 2년 차, 곧 3년 차에 접어든다.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저녁 9시까지 영업하다가 도저히 몸이 남아나질 않아 저녁 7시까지 줄여보고 한동안 아르바이생을 고용해 저녁 시간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었는데,
카페 영업시간을 무작정 늘려서 버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
체력의 효율적인 분배.
카페 사장으로서의 생계유지와 정체성은 유지한 채 다른 일도 하고 싶은 나는 욕심을 부렸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그 무엇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
나는 오후 4시에 카페문을 닫고 다시 호주에서처럼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죄책감에 이 자유시간을 쓰는 것이 참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주 2회 영어학원을 다니고 요가도 등록하고 필라테스 개인레슨도 받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내 오랜 목표를 이룬 것도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카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