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VS나] 카톡 전쟁!

‘루’도반

by 도반

엄마 :[너는 머만 하면 말꼬리잡고난리야 내가 무서워서 무슨말을못태]


나 :[엄마가 먼저 단정지어서 말하니까 내가 답한 거잖아. 엄마야 말로 도대체 나를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해 (어쩌고저쩌고 장문의 문자 세줄 네 줄 다섯 줄 여섯 줄)]


엄마: [(끼어들며) 야 너는 날 우습게 보잖아 나도 늙어 니가 긴 카톡보내면 모따라가 그만해 머리아파]


나: [엄마가 시작했잖아]


엄마: [그래서 도대체 뭐 어쩌라고 니가시작했지 내가했어?]


나: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 못했어?]


엄마: [나는 모 그리 잘못핸는데?]



‘내가 뭘 그리 잘 못 했는데!’가 나오면 이 타임의 싸움은 끝이다.

둘 다 할 말을 잃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크게 잘 못한 것은 없다. 그냥 사소한 것에 누군가가 어깃장을 놓거나, 아주 사소한 고집을 부리며 삐딱선을 타서 시작된 싸움 탓이다. 그게 단전부터, 아니다. 단군시대부터 쌓여있던 불만까지 드러나게 하는 것이 모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녀의 특이점이 있다면, 말보다 카톡으로 대화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집이 한 100평쯤 되는 대저택이냐고? 아니다.

그냥 각자의 방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게으름 유전자를 고르게 나눠가진 모녀가 카톡으로 자잘한 대화를 대신하는 것뿐.

‘단순 용건’만 카톡으로 하면 참 실용적인 대화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감정싸움을 할 때도 카톡으로 한다는 것이 아주 큰 문제가 되겠다.


가끔은 카톡으로 둘이 ‘교환 일기’, 혹은 ‘릴레이 편지’를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문의 메시지를 나누는데 남이 보면 진력이 날 정도의 양을 써재낀다는 것이다. 언젠가 친구가 그 길이만 보고도 현기증을 일으켰다는 일화가 있다.

도대체 그 싸움의 에너지는 어디에 근거하는 걸까? 우리, 서로 그렇게나 미워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에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도, 서로에겐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는 땡고집!

별로 중요치 않은 정치 변두리 얘기(중요한 사안도 아님)에 열을 올린다거나, 어떤 사실관계에 대해 ‘네가 맞냐, 내가 맞냐’를 두고 싸우다가, 결국 카톡창에 각자 검색한 자료를 첨부하기 시작하고. 끝도 없는 자료 첨부로 새 논문을 쓸 기세가 되기도 한다. 어떨 땐 십 대 꾸러기들 못지않은 키보드 워리어들이 되기도 하니, 어디로 튈지 모른다. 도대체 왜, 우리 모녀는 카톡으로 배틀을 뜨는 것인가.


작년 초, 잠깐 사주를 공부했다. 엄마와 나는 그리 잘 맞는 사주 궁합이 아니었다. ‘극한다’는 사주 궁합이었다. 엄마는 보통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소녀 같고 유순한 타입인데, 나에게만 유독 고집을 꺾지 않는 면면이 있는데 이게 다 사주 탓인가?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좀 편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잖은가.


어느 날 우린 또다시, 우리랑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카톡으로 주고받다가 서로 핀트가 나갔다. 나는 그날의 카톡 전쟁 이후 패잔병이 된 채로 곰곰 생각해 봤다. 우린 어쩌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싸운 적은 없었네? 하는 생각.


나는 비교적 엄마를 잘, 모른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야 희미하고 어렴풋하게 엄마를 조금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흔이 되어서야.

여전히 모르는 구석이 많은 것은, 엄마가 힘들든 좋든 내색을 하지 않아서고, 나도 엄마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아서라는 점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싸우는 걸 수도 있겠다.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서로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엄마: [(이모티콘 - 대략 11월에 복 많이 받으라는 낯간지러운 그림)]


나: [읽씹]


엄마: [너는 봤으면 답좀해 맨날 니 필요할때 카톡하지말고]


나: [겨울엔 여행가자 둘이]


엄마: [추운데 뭔]


나: [좋은데]


엄마: [비싼데 그냥 가까운데 하루 구경이나 갔다와]


나: [안간다매]


엄마: [안간다고 언제그랬는데?]


나: [그러니까 말을 왜 그렇게 해. 그냥 가자그럼 간다그럼되지. 그럼 둘다 기분 좋고]


엄마: [또 시작이네 진짜 아침부터]


나: [엄마가 맨날 말하는 방식이 그러니까 그렇지]


엄마: [니 잘났다]


언제나 곱게 이어지지 않는 우리의 카톡. 그래도 12월엔 엄마랑 단둘이 멀지 않아도 오붓한 곳에 여행을 가고 싶다. 엄마를 좀 더 알고 싶다. 살 날 길다고 오만 떨면 안된다. 길지 않을 수도 있다. 차곡차곡 알아가야 후회가 없을 거다.

그래서 카톡 말고, 낯선 여행지에서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며, 깔깔거리고 싶다.

그래도 내 깔깔 멤버로는 엄마가 최고라서.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엄마! 내 나이 마흔. 술도 마음대로 못 먹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