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계

‘루‘도반의 시

by 도반

상상계


당신이 사라진 자리에

빛이 조금 새어든다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나는 당신을 그린다


부드러운 입술,

벌어진 숨결,

뜨거운 체온,

손끝의 잔상들로

하루를 견딘다


눈을 감고

더듬더듬

그늘의 모양으로

당신을 다시 세워두면

잠시,

세상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상상은 무너진 벽 위에

붙인 얇은 그림자,

멀리서 보면

숨이 붙어 있었다


상상은 금방 낡는다

빛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당신은 떨어져 나갔다


손 끝엔

남은 잔상이 없다


없다,

없다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믿게 한다

그 믿음이

유일한 온기처럼 남아


오늘도 그 위에

하루를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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