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인더스 FINDERS Aug 26. 2021

창간호 만드는 일

매거진 에디터의 지극히 사적인 편집 일기

시작은 불꽃처럼

백수로 지낸 지 딱 6개월이 지났을 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에 좋아하는 <인 iiin> 매거진을 만드는 재주상회에서 창간하는 잡지의 에디터를 구한다는 것. 일반적인 여행 매거진이 아니라 취향, 라이프스타일, 레저를 아우르는 무크지를 창간한다는 말에, 마음속 어떤 불꽃이 번쩍이는 느낌이 들었다. 창간호를 만들어본다는 건 잡지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특혜이므로.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길을. 그동안 선배들의 어깨,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잡지를 만들어 왔는지, 새삼 알고 감사했다. 울타리가 있다는 건 그 안에서 우리가 변주하고 변형하며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무언가 물성을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

매거진 크기, 종이 재질, 날개를 할지 안 할지, 모서리를 둥그리개 할지 일반적으로 뾰족하게 할지 물성에서부터 제호와 내지 폰트, 아이콘 등 디자인적인 면까지. 텍스트 톤과 이미지 톤 등 처음 기획한 것에 맞춰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서야 알게 됐다. 어쩌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기존 틀이 정해져 있다는, 그래서 내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창간호만큼의 노고를 들이지 않고(?) 그저 따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하나의 주제를 10인의 인물을 통해 기민하게 들여다보자는 기획 의도에서 출발한 매거진은 (기획과 10인의 인물이 거의 정해진 시점에서 편집팀에 합류했음에도) 섭외부터 취재, 기사 작성, 디자인 및 교정의 전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2.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기사 쓰고 디자인을 얹히고 프린트해서 첫 교정을 보며 전체 기사를 읽을 때는 뭉클한 감동이 들었다. 편집하는 분들의 기사를 읽을 때면 늘 말하는 작가의 첫 독자라는 감동. 우리가 기획하고 쓴 기사들인데,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만큼 짜릿하다. (물론 내 기사보다 편집장님이 쓴 기사를 읽을 때 감동이 컸다.)


152p 얼마 안 되는 분량일 수 있지만, 첫 교정을 보고 수정하고 교정하고 수정하기를 여러 번. 인쇄 일정에 맞춰서 이제 더 이상 보지 말자며,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기고, 인쇄 당일 인쇄 감리를 보면서 또다시 수정할 것들이 눈에 들어와 그렇게 수정을 하였다... 오탈자와 비문 없는 아름다운 언어의 정원으로 가꾸어진 한 권의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문장을 읽고 또 읽고 수정했다.


드디어 인쇄 감리를 마치고, 실물 책을 받아 들던 순간. (뭉클) 기대한 만큼 잘 나온 부분과 기대보다 아쉬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더 나은 2호를 만들기 위해 부족한 부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체크했고 1호를 잘 팔기 위한 아이디어도 쌓아나갔다.


그렇게 탄생한 파인더스 매거진.

ⓒ FINDERS

앞으로 파인더스 매거진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

> 파인더스 인스타그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