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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로 보는 세상 87]

적(赤)

by 백승호

적(赤)

모든 색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지역과 시대상황, 나라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붉은색은 열정과 사랑, 생명과 기쁨의 기운을 느끼게 하고

분노와 충동, 위험 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오행에서 붉은색은 불(火)을 뜻하고 여름과 남쪽을 말하기도 합니다.

붉은색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여 우울감을 떨쳐내고 기분을 상승시켜 줍니다.

그래서 붉은색은 창조적인 활동에 도움을 주는 색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혈압과 맥박을 상승하게 하여 피로감을 주기도 합니다.


붉은 깃발은 프랑스혁명 때 등장하였고, 프랑스인들은 붉은색을 혁명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붉은색을 빨간색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은 빨간색이 공산주의를 상징한 이후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 반공 교육을 강조하면서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고 부르며

한국의 레드 콤플렉스가 시작됩니다.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는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공산주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빨간색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하여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적을 제거하거나 국가보안법으로 많은 사람을

빨갱이 간첩으로 몰아 죽였던 무도한 사회가 있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으로 많은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1992년 제주 출신의 강요배 화백이 4·3 희생자들을 위해

‘동백꽃 지다’라는 동백꽃 그림을 연작으로 발표하면서

붉은 동백꽃은 4·3 상징이 되었습니다.

제주 동백꽃.JPG

지금도 좌빨이라며 색깔론을 일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선거에서 색깔론으로 흠집 내고 인신공격하는 것은 시대착오입니다.

공산주의를 배척하며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매카시의 칼자루를 휘둘렀던

아픈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며

권력 유지 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을 악용했던 야만의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남북 분단이 겨레의 분단뿐만 아니라 인식의 단절도 가져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빨갱이라고 소송한 노인도 있었습니다.

색깔론을 일삼았던 국민의 힘은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빨간색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도 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상사화 지리산.JPG

이제 색깔에 대한 인식의 장벽을 넘어 창조와 창의의 열정 가득한

붉은 기운을 가슴에 안고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붉은색은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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