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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Aug 22. 2024

[그냥 7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

1.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를 여는 글에 이러한 말이 나옵니다.      


역사란 무엇이뇨?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며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 활동의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의 그리 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며, 조선사라면 조선 민족의 그리 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니라. 무엇을 ‘아’라 하며 무엇을 ‘비아’라 하느뇨? 깊이 팔 것 없이 얕게 말하자면, 무릇 주관적 위치에 선 자를 아라하고 그 외에는 비아라 하나니, 이를테면 조선인은 조선을 아라 하고 영·미·법·로(英·美·法·露) … 등을 비아라 하지만, 영·미·법·로 … 등은 각지 제나라를 아라 하고 조선을 비아라 하며, 무산계급은 무산계급을 아라 하고 지주나 자본가 … 등은 각기 제 붙이를 아라 하고 무산계급을 비아라 하며, 이뿐만 아니라 학문에나 기술에나 직업에나 의견에나 그밖에 무엇에든지, 반드시 본위인 아가 있으며, 따라서 아와 대치한 비아가 있고, 아 중에 아와 비아가 있으며 비아 중에도 또 아와 비아가 있어, 그리하여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번극할수록 비아에 대한 아의 분투가 더욱 맹렬하여, 인류사회의 활동이 휴식될 사이가 없으며, 역사의 전도가 완결될 날이 없나니, 그러므로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니라.     


2. 역사란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말과, 아 중에 아와 비아가 있으며 비아 중에도 또 아와 비아가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부왜역적도 있고, 다른 나라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반국가, 반민족 세력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일본의 이익을 위하는 얼빠진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날에는 뉴라이트가 비아입니다.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일본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사람들이 얼빠진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역사를 망치고 국가를 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나라 사람 중에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사람이 비아(非我) 중 아(我)입니다. 비록 일본에 있더라도 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교토국제고 이야기입니다.


 

3. 일본에는 한국계 학교가 모두 4개 있다고 합니다. 도쿄에 있는 도쿄한국학교, 오사카에 백두학원 건국학교와 금강학원 금강학교가 있고, 교토에 교토국제학원 교토국제학교가 있습니다.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라 불리는 제106회 일본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 고시엔(甲子園) 대회에서 준결승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4. 1947년에 조선인이 세운 교토국제고는 설립한 이후 지속적인 차별과 억압을 받아오다 2004년에야 비로소 정규학교로 인가됐습니다. 교토국제학원은 「자존」「연마」「공생」을 교육의 근본으로 하여 세계에서 활약하는 진정한 국제인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인 학생은 40% 내외이고 60% 학생들은 일본인 학생들입니다. 이 학교에서는 한국사와 한국어 등 한국 고유문화를 가르치고 민족 정체성 교육을 강조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상속성과 보편성을 갖춘 대아(大我)를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상속성이란 시간이 흘러도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말하고, 보편성이란 공간이 바뀌어도 조선 사람은 조선사람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즉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교가 합창과 MBC 보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miVhM-LyI&t=38s

5. 교토국제고는 중학교 고등학교 전교생 16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입니다. 이 학교가 일본 전국 3957개 고교 야구팀 중에 49개 학교만 '고시엔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교토국제고가 고시엔(甲子園) 대회 결승까지 오른 것은 정말 장한 일입니다. 결승전은 8월 23일 10시부터 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리고 NHK가 중계한다고 합니다.

 고시엔 대회는 유서 깊은 전통이 있는데 겨루는 것이 끝나면 승자는 교가를 부르고, 패자는 승자의 교가를 끝까지 경청한다고 합니다. 교토국제학교가 승리할 때마다 교가를 불렀고 그 교가는 NHK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중계했습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야마토 땅은 동해를 건너 '거룩한 조상'의 옛땅이었다는 말과  우리는 '조상의 얼'을 ' 이어받아 몸과 덕을 닦는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인이 들으면 자신들의 뿌리가 한국이었다는 말이니 기가 찰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NHK는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으로 바꿔서 내보냈다고 합니다.

 

승리를 기뻐하는 교토국제고 학생

6. 먼 이국땅에서 핍박과 설움 속에 수난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이 교가를 들으며 얼마나 뭉클하고, 얼마나 가슴 벅차올랐을까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일본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한민족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먼 타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조국 땅에서는 제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침략을 정당하고 하며 자기 국민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결승전에서도 실력을 발휘하여 한 번 더 일본 전역에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울려 퍼지고 '야마도'(大和)의 땅이 동해 건너 대한민국의 뿌리였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길 바랍니다. 멀리서나마 꼭 승리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24년 8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야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간토다이이치고를 2대1 꺾고 사상 첫 우승을 했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냈습니다. 이어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면서 승리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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