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관계에서 시작한다.
1. 외교는 흔히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각자의 국익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정상의 표정과 태도, 이후 발표되는 공동성명과 합의문을 통해 이해득실과 전략, 균형과 선택의 윤곽을 읽어낸다. 그러나 실제 외교는 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서 출발한다. 공동성명은 결과이고 합의문은 기록이지만, 관계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형성된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방문은 정책 문서보다 ‘샤오미 셀카’라는 하나의 장면으로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2. 이번 방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장면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함께 찍은 ‘샤오미 셀카’였다. 이 사진은 사전에 기획한 외교 연출이 아니었다. 청와대는 국빈 만찬이 끝난 뒤 두 정상이 만찬장을 나서며 이동하던 순간, 이재명 대통령이 즉석에서 셀카를 제안해 이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일정표에도 없었고, 의전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3. 그러나 이번 외교의 명장면은 준비 없는 우연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참모들에게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을 개통해 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 스마트폰을 두고 “통신 보안은 괜찮으냐”는 농담을 건넸고, 시 주석은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라고 웃으며 응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장면을 기억했다. 두 달 만의 재회에서 그는 그 기억을 다시 꺼냈다.
국빈 만찬 이후의 셀카 제안은 바로 그 맥락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처음에 이 스마트폰으로 환영 꽃다발을 찍어 시 주석에게 보내려 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를 살핀 뒤, 그는 즉석에서 “함께 찍자”라고 제안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위트와 공감으로 마음을 여는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감성 외교”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은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4. 중국 매체는 이 셀카를 보도하면서 분명한 선택을 했다. 다수의 중국 언론은 사진에서 시 주석 부부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이는 결례가 아니라 의도였다. 중국 외교 보도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은 친근함보다 권위와 안정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지도자의 얼굴이 중심에 놓이면, 사진은 관계의 변화보다 국가 의지의 선언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번 방중에서 중국은 선언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관계의 온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사진의 중심에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 즉 샤오미 스마트폰이 놓였다. 이 장치는 중국 기술이 더 이상 모방과 추격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신감과 완성도를 갖춘 산업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이 장면에서 권력은 한 걸음 물러났고, 기술은 앞으로 나왔다. 이 셀카가 특별한 이유는 유머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보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놓고도 농담을 주고받았고, 그 대화는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중국 언론은 이 장면에서 갈등의 신호보다 관계의 여지를 읽어냈다. 서로의 의심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유머는 가벼운 장식이 아니다. 농담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관계가 아직 닫히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인간적 신뢰가 최소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5. 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 역시 관계 관리의 연장선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혐중·혐한 정서를 완화하기 위해 바둑이나 축구 교류를 제안했고, 판다 한 쌍의 대여도 요청했다. 그는 단기 성과보다 감정의 완화와 접점의 확대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석 자 얼음은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관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도 직접 제기했다. 시 주석은 이 사안을 처음 접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양측은 실무적으로 논의하자는 공감대에 도달했다. 이 과정은 이번 회담이 단순한 친선 행사에 머물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언급하며, 외교가 경제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짚었다.
6. 중국 사회는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지도자’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은 그를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현실주의자로 인식한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방치하지 않는다. 이 태도는 중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전략적 안정’의 조건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중국 언론은 이번 방문을 관계의 전환이 아니라 관계의 복원으로 규정한다.
외교는 결국 양국의 국익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그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신뢰는 제도보다 먼저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국빈 만찬이 끝난 뒤, 퇴장하는 길에서 나온 한 장의 셀카는 그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외교는 문서로 완성하지만, 관계는 사람으로 시작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바로 그 메시지를 분명하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