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나라 대한민국, AI선도전략]

-소버린 AI와 피지컬 AI 최고 국가를 만들어 AI 1위 국가로

by 백승호

1. 착한 나라 대한민국, AI 선도 전략 소버린 AI와 피지컬 AI로 세계를 설계하다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실력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제2의 오일쇼크 가능성 등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국가는 단순한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1997년 겨울,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을 극복하기 위해 온 나라가 금 모으기에 나섰다. 그러나 그 절박한 순간,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하고 있었고, 이해진은 네이버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김어준은 딴지일보 창간을 앞두고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흔들리던 그때, 다음 시대를 만들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위기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려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개 유엔 기구와 연계한 ‘글로벌 AI 허브’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시대의 질서를 선점하려는 시도다.

역사는 언제나 이렇게 움직인다. 위기의 끝에서 새로운 기술 환경이 열리고, 그 환경을 먼저 점령한 자가 다음 시대의 언어를 만든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이 그 자리에 서 있다.

글로벌 허브.png 차지호 의원의 AI글로벌 허브

2. 대한민국의 기술 전략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치의 흐름 속에서 축적된 하나의 계보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하며 인터넷을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렸고, 그 선택은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외교 전략을 통해 기술과 주권을 분리하지 않는 국가 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방역 시스템을 글로벌 표준으로 끌어올리며 국가 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지금, 그 흐름은 인공지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AI 선도국가는 단절된 정책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디지털 정부로, 다시 데이터 기반 국가로 이어진 전략의 연장선 위에 있다. 인터넷 강국의 경험이 AI 선도국가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3. 대한민국은 AI 시대에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될 것이다.

그 답의 첫 번째 축은 소버린 AI다. 소버린 AI는 자국의 언어와 법, 데이터와 가치 체계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인공지능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이며, 곧 주권이다. 외국 기업의 AI를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편의를 얻는 대신 판단 기준을 외부에 맡기게 된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 그 기준에 어떤 가치가 반영되는지는 모두 정치의 문제다. AI는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은 피지컬 AI다. AI의 경쟁은 더 이상 텍스트에 머물지 않는다. 공장, 병원, 물류, 도시 등 현실 세계가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데이터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정 데이터, 수술 데이터, 숙련 기술은 현장에서 축적된다. 이 말은 곧 제조업 강국이 AI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현장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산을 국가 전략으로 통합할 수 있다면, 한국은 AI 경쟁에서 후발주자가 아니라 판을 바꾸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축은 글로벌 사우스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의 집합으로, 세계 인구의 약 80%가 이 지역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여전히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는 곧 성장의 가능성이며, 앞으로 가장 빠르게 확대될 시장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인공지능이 의료, 교육, 금융, 농업 등 기본 인프라를 대체하는 기술로 발전할수록, 글로벌 사우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병원과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AI 진단 시스템이 의료를 대신하고,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AI 기반 핀테크가 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글로벌 사우스는 AI 기술이 가장 먼저 ‘현실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분명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외부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술을 선택하면 데이터 주권을 넘겨야 하고, 중국의 기술을 선택하면 정치적 종속의 위험이 따른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종속되지 않는 기술, 즉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파트너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전략적 기회를 가진다. 제국주의 경험이 없고, 민주화를 이뤘으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게 한국은 ‘위협적이지 않은 성공 모델’로 인식된다. 이는 감정적 호감이 아니라 외교적 자산이다.

그러나 이 자산은 저절로 전략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사우스는 감동이 아니라 실익으로 움직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한국이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AI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기술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재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4. 이 세 가지 축이 결합될 때 비로소 ‘착한 나라’는 슬로건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공공 디지털 인프라 구축 경험, 피지컬 AI 데이터,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가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될 때 한국은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표준을 만드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 규칙을 따르는 나라는 하청이지만, 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표준이 곧 권력이다. 물론 비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행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실증 프로젝트 추진, 글로벌 사우스 인재 양성 전략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특히 인재 전략은 장기적인 표준 확산의 핵심이다. 사람을 통해 기술이 뿌리내리고, 그 기술이 다시 질서를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이 있다. ‘착한 나라’는 선언이 아니라 제도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명한 데이터 관리, 공개 가능한 알고리즘 기준, 다자 거버넌스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착함’은 곧바로 취약함으로 바뀐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힘이 아니라 제도다. 그 제도를 AI 영역에서 먼저 구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언어다. 정책이 국민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그것은 관료의 계획에 머물 뿐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변화로 설명되어야 한다. 숙련 노동자의 기술이 다음 세대에 전수되고, 의료 사각지대에 진단이 들어가며, 우리가 걸어온 발전의 길을 다른 나라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전달될 때 비로소 전략은 힘을 갖는다.

운조루01.jpg 구례 운조루 목련

5. 대한민국은 지금 AI표준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을 선택했던 나라, 시스템을 수출했던 나라가 이제 AI를 설계하는 나라로 나아갈 것인가. 그 핵심은 단 하나다. 계보를 잇는가, 끊는가의 문제다.

김대중의 인터넷 전략, 노무현의 주권 인식, 문재인의 시스템 국가, 그리고 이재명의 AI 국가. 이 흐름이 이어질 때 대한민국은 단순한 기술 강국을 넘어 세계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으로 세계에 연결되었다. 이제 AI로 세계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분명하다.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 것, 그 위에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눈떠보니 선진국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다.

표준을 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것이 새로운 국가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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