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에코(Praeco) : 광고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6. 바이럴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작업이 있는 반면에 주변적인 요인으로 인해 원래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얻는 경우가 간혹 있다.
너두나두 야나두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징글은 사운드 브랜딩의 한 형태로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는 짧은 곡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보통의 경우 촬영 이후 편집본이 나오면 그때 비로소 광고음악의 제작에 들어간다. 야나두 광고의 경우 모델 조정석 님이 징글 파트를 직접 부르는 장면이 있기에 촬영 이전에 징글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한번 듣고 각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징글의 숙명이다.
대중가요 분야에서 어떤 곡이 히트를 할지 예상하기 힘든 것처럼 어떤 멜로디 혹은 사운드가 시청자의 뇌리에 남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반복이다. 라디오광고의 경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CM송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 노래가 각인이 되기 훨씬 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져 TVC 및 인터넷 광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야나두를 위해 사전에 9가지의 징글 멜로디를 만들었다. 가이드 녹음에는 ASAP의 편성민 실장님이 도움을 주셨다. 9가지의 징글 중 "솔솔솔솔 솔파미"의 징글 멜로디, 즉 'No. 8 멜로디'를 광고를 연출한 임학진 감독님께서 선택하셨다.
이 광고가 성공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임학진 감독님의 선택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No. 8 멜로디' 하나만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8개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감독이 떠맡기 때문이다.
애초에 징글 멜로디는 컨트리풍의 유쾌한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제작곡은 영상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스타일로 변경되었다. 모델 조정석 님은 이미 징글 부분을 촬영했으며 녹음일정이 잡힌 상태였다. 징글의 MR은 새로 제작한 곡의 악기를 사용해서 다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호흡감, 템포감은 문제가 없으나 징글 부분에 이르러 무엇인가 독특한 반전의 느낌이 있다.
어쩌면 침착맨님이 이 독특한 지점에서 재미를 느꼈을지 모른다.
온에어가 되고 나서 며칠 후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뜨겁다는 전언을 들었다. 침착맨님이 방송에서 너두나두 야나두를 아주 재미있게 표현했는데 이것이 바이럴 마케팅 효과로 나타나 일종의 밈이 된 상황이었다.
어떤 곡이 히트를 할지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아 어떤 광고가 어떤 계기로 좋은 반응을 얻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무리 침착맨님이라 한들 너두나두 야나두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없다면 그런 바이럴 효과는 일어날 수 없었을 터이다.
모든 작업이 그렇듯 나만 잘했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너두나두 야나두라는 카피, 멜로디를 만들 때의 순간적인 영감, 일종의 아이러니를 무릅쓴 임학진 감독님의 선택, 모델 조정석 님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리고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미묘한 지점을 포착해 낸 침착맨님의 천재성,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대중이 한때나마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었던 밈이 탄생한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반복 노출이 쉽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누구나가 알만한 CM송이나 징글을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너두나두 야나두'는 정말 요긴한 나의 경력 중 하나가 되었었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침착맨님 감사드립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