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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필 Mar 20. 2023

움츠린 영혼은 날개를 펼 때가 됐다

인연, 음악인 열전 1. 이한들


광고음악을 만들다 보면 다양한 음악인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만나게 됩니다.

가끔은 유명한 셀렙 분을 접할 때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노라조의 조빈 님인데 과연 소문대로 훌륭한 인성에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무척이나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아, 스윙스님도 왠지 강하기만 할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막상 녹음 때 뵈니 그 누구보다도 유쾌하게 세션을 이끌어주시며 다소 무리한 요구에도 흔쾌히 응해주시는 등, 너무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유명한 분들과 녹음을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대부분은 프로젝트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프로페셔널한 가수 분이나 연주자 분을 섭외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일반인 분들은 잘 모르시는 분들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에 대한 프로듀싱 능력을 갖춰야만 하는 저로서는 언제나 개성과 실력이 넘치는 뮤지션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출처 : pixabay.com



제 단골 바버샵이 있습니다. 인성도 너무 좋으시고 외모도 출중한 실장님이 계시기에 왠지 주변에 뮤지션 친구분이 있을 것만 같아 혹시 좋은 가수분 소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운을 띄웠는데 흔쾌히 이한들 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처음 이한들 님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고 김광석 님의 노래를 들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요? 훈련으로 다듬어진 노래라기보다는 발성 자체에 그 사람의 인성과 마음이 들어가 있는 듯한 캐릭터가 느껴졌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르냐 와는 상관없이 그저 발성만으로 이목이 집중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한들님과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현지 감독님께서 연출하시는 아파트멘터리 광고의 음악이 네모의 꿈으로 결정되었으며 이를 편곡해야 했습니다. 재즈부터 EDM,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 끝에 포크 스타일의 팝음악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이한들 님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담백한 편곡으로 진행해 갔습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긴 했으나 이한들님의 훌륭한 목소리와 여유 넘치는 진행력으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아주 만족스럽게 녹음을 완료했습니다.


녹음에 사용된 마이크



녹음을 위해 수고를 해주신 이한들 님은 왠지 해탈한 듯 보였습니다. 들은 바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잠시 음악을 접은 상태라고 하더군요. 그것이 현실적인 제약인지, 마음의 상처인지 더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이렇게나 능력 있고 매력적인 아티스트가 그 재능을 발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후에 바버샵 실장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장님도 예전엔 드럼을 연주했고, 이한들 님과의 작업은 그 무엇보다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고요. 돌부리에 넘어지는 느낌으로 연주해 달라는 이한들 님의 이야기에 한참을 고민하다 정말로 돌부리에 넘어지는 느낌의 연주를 해냈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한들님은 머리가 아닌 느낌과 감성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전적으로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인격적인 면에서, 음악성의 측면에서, 탁월한 노래실력이라는 면에서 너무나도 멋진 이한들님이 다시 왕성한 창작활동을 재개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https://youtu.be/ldAECGs22dI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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