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료니 Oct 20. 2019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일 3가지 -엄마 편-

'엄마'라는 단어.

듣기만 해도 가슴에서 강한 파동이 일어난다. 항상 나를 후회하게 만드는 '엄마'라는 단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할걸, 조금만 더 웃어줄 걸.




  그냥 맛있다고 할걸

우리 엄마는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밖에선 일을 했고, 집 안에서도 일을 했다. 식구들의 끼니를 항상 책임졌다. 입 짧은 아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항상 맛있는 음식들로 상을 채우려 노력했다. 감자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내 페이보릿 음식이 저녁 상에 올라왔다. 돈 주고 사 먹는 감자탕과는 조금 달랐다. 국물은 흐리멍덩한 색을 띠고 있었고, 고기는 뻑뻑했다. 내가 감자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한 고기 맛 국물과 야들야들한 식감의 고기. 그게 내가 감자탕을 좋아하는 이유였는데.. 엄마는 물었다. "아들~ 아들이 좋아하는 감자탕 엄마가 했어~ 맛이 있으려나~?" 그릇에 꽉 차 있던 고기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수저로 국물을 담았다. "후루룹". 흐리멍덩한 색의 국물은 역시나 밍밍했다. 젓가락을 들어 살점을 집었다. "쩝쩝쩝". 뻑뻑하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 "엄마, 국물은 밍밍하고 고기는 뻑뻑해. 집에서 더운데 이 고생하지 말고 그냥 사 먹자" 엄마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려 수저를 들었고, 조금 높은 톤으로 서운함을 감추려 했다. "아휴~ 레시피는 똑같이 따라 했는데 파는 건 확실히 달라~ 그치?"


나는 엄마를 위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말을 했었다. 이 삼복더위에 좁아터진 부엌에서 한참을 끓여낸 밍밍한 감자탕이 내 생각엔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 빠지는 말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요리대회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새끼가 좋아하는 음식을 엄마가 했다. 그냥 맛있다고 밥 한 그릇 싹 비우면 되는 것을.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너무 맛있다고 한 그릇 더 달라고 말하고 싶다.



 딸 같은 아들이 될걸

"엄마도 딸 하나 있으면 좋겠지?" 이 질문에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니야~ 엄마는 우리 아들들이 너무 든든해".

살아보니 중년의 여성에게 딸이란 굉장히 힘이 되는 부분인 거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 엄마는 딸 같은 아들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같이 쇼핑을 갔다. 나름 같이 쇼핑을 간다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정도면 딸 같은 아들이지. "갖고 싶은 거 사. 사줄게". 아들이 사준다고 하는데도 엄마는 쉽게 고르지 못했다. 답답했다. 사준다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30분이 흘렀다. 슬슬 지루해지고 짜증이 났다. "엄마, 그냥 가지고 싶은 옷 사.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엄마는 미안하다 했다. 그 대답에 더 짜증이 났다. 이럴라고 같이 쇼핑을 왔나? 살짝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집에나 있을 걸. 결국 엄마는 옷을 구매하지 못했다. "다음에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말할게~" 답답해 아 답답해. 사준다는데 왜 사질 못 하고 답답하게 구는지. 딸 같은 아들 노릇 좀 해보려 했는데 오히려 무뚝뚝한 아들이 탄로 났다.


우연히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저게 딸이구나.. 내 옷을 고르듯 이것저것 살펴보며 엄마의 입장에서 쇼핑을 같이 즐기고 있었다. 사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구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틀렸다는 거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엄마 그 보단 이 옷이 엄마한테 더 잘 받을 거 같은데? 이 거 한 번 입어봐 내가 봐줄게~"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 상냥하게 알려줄걸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엄마도 나이가 들어간다. 엄마는 나에게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언제나 내 뒤에 서서 나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랄까? 그러던 엄마가 언젠가부턴 나에게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엄마가 어쩌구 저쩌구.." 그럴 수 있지. 알아. 근데 나도 내 일이 있고, 나도 쉬어야 충전을 하는데.. 한 번은 짜증 섞인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대수롭지 않은 일상 이야기들. "엄마, 그거 중요해? 나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전화할게." 뚝. 정신없이 살다 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봤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 펑펑 울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딸이 어릴 적 별 사소한 것들을 수시로 엄마에게 들려준다. "엄마! 있잖아~ 오늘은 이랬다?", "엄마! 오늘 민수가 나한테 이래 이래서 나 너무 속상했어".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는 싫은 기색 없이 내 이야기들을 항상 경청해줬다. 아니 내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땐 항상 궁금해하셨다. "우리 아들, 오늘은 뭐했어?" 그렇게도 내 이야기들을 궁금해하며 관심을 주었던 우리 엄마.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나에게 하시려 하는데 난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니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나쁜 놈.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아니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다. "엄마,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요?"

작가의 이전글 인간관계 회의감 줄이는 3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