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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니 Oct 21. 2019

개인주의의 삶

이기주의와는 다른 개인주의


가끔 나를 소개해야 할 자리에선 "지극히도 개인주의"라고 소개한다. 굳이 편한 자리도 아닌데 그렇게 말할 거까지 없지 않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은 한 귀로 듣고 흘린다. 이게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정해놓은 작은 규칙이니까.



같이 밥을 먹는 게 조금 불편해요

일반화를 시키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자란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어떤 사회의 집단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가족이나 또 다른 사회의 집단속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나 역시도 이런 문화를 접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언제쯤이었을까? 언젠가부터 함께 밥을 먹는 자리가 불편해졌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만을 먹고 싶었다. 쉽고 간결하게.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의 첫 난관. "뭐 먹을래?". 이런 고민 자체가 싫었던 건 아니었다. 나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음식의 종류에 대한 고민은 있으니까. 파스타로 정했다. 난 봉골레, 넌 로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켰으니 내가 주문한 음식에만 집중해 먹으면 된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는 봉골레도 먹고 싶으니 같이 나눠 먹자고 한다. 한때는 나눠 먹는 걸 싫어하는 나를 "식탐 많은 이기주의자"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난 남의 밥그릇까지 뺏어오는 이기주의자는 아니었다. 난 로제가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온전히 봉골레만을 먹고 싶었다. 만약 먹고 싶더라도 포기하고 다음번에 다시 방문해 사 먹을 것이다. 여기서 시작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활이.



도움을 받고 싶지도, 도와주고 싶지도 않은데..

그냥 도움을 받고 싶지도, 도와주고 싶지도 않다. 이게 내가 정해놓은 규칙이다. 도움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누군가 나를 도와준다는 행위가 얼마나 마음 따뜻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고, 그 뒤에 나도 언젠간 도와줘야 한다는 여지가 싫은 것이다.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해낼 수 있다. 도움 없이 못 하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 불만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남이 도와달라고 할 땐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정을 한다. 정말 나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인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인지를.



남들을 챙기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나 이외의 사람은 다 남이다. 남을 챙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간단한 예시로는 "몇 월 며칠은 누구 생일, 또 몇 월 며칠은 누구 생일". 이런 일상 속의 사소한 챙김 조차도 나한텐 버겁다. 요즘은 카카오톡이 상단에 띄워주기 때문에 한결 편해졌다. 그럼에도 생일 챙기는 일이 어렵기는 매한가지. 나에게 있어 생일은 그저 태어난 날짜 이외에 아무런 의미부여도 하지 않는 날이다. 이로 인해 여러 번 다퉜다. 내 생일도 챙겨주지 않아도 되니 너도 나 안 챙겨줘도 돼. 세상 정 없이 보이는 멘트들이지만 내가 이런데 어떡하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이로운 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렇게 살아보니 편하다. 확실히 편하다. 포기할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안다면 이렇게 편한 것이 또 어디 있으랴. 나는 앞으로도 개인주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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