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10년 이 맘 때 저희 식구들은 귀국을 준비하느라 대단히 분주했습니다. 2월 말까지는 런던을 떠나야 했기에 할 일이 태산 같았습니다. 그동안 불어난 가재도구들 일부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산더미 같이 늘어난 책은 지인들에게 나눠드리고, 서울로 부쳐야 하는 짐들을 분류하면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그동안 알고 지냈던 분들과 작별 인사도 나눴고요. 제일 바빴던 일은 네 식구 비행기 표 구입비용을 마련하느라 하루에 서너 개 아르바이트를 뛰는 것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걷고 뛰고 운전하던 그때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드디어 2월 말. 8년 6개월 만에 귀국을 하니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2001년 8월 말 런던에 도착한 후 전혀 낯선 땅에서 적응하느라 애를 썼던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일명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확 바뀌어버린 생활환경은 저희 식구들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싶은 11월, 런던에서 내내 출석했던 트리니티(Trinity) 교회 담임이신 마틴 캠룩(Martin Camroux) 목사님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다음은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큰 아들로부터 소식을 들으니 반가웠어요. 그는 군 생활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네요. 또한 그가 트리니티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것이 감동적이었어요.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당신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생각했던 이민부 장관 필 울라스(Phil Woolas)가 선거운동 중 거짓말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정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최근 설교문 중 하나를 첨부합니다. 변함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틴 드림. 추신. 아내 분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저는 영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나라에서 목회하고픈 마음이 들어 영주권을 신청했었습니다. 이를 위해 마틴 목사님을 비롯한 수많은 성도들과 이웃들이 탄원서를 써주셨습니다. 또한 지역 4선 국회의원도 이민부 장관인 필 울라스를 직접 만나 저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필 장관은 저희 가족과 많은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조치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선거 운동 중에 한 거짓말이 탄로가 나서 의원직을 잃게 되었고 끝내 당에서도 제명되고 말았습니다.
마틴 목사님은 저와 가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필 장관에 대해 언급하신 것이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장관이 저희 가족들을 억울하게 만든 일로 국회의원직을 잃게 되었고 이는 사필귀정이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 장관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데 이것은 당시까지 99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내려진 판결이라고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 그의 정치 인생에 발목을 잡게 만든 것입니다.
성경 곳곳에는 거짓말을 엄히 경계하는 말씀으로 가득합니다. ‘거짓 입술은 여호와께 미움을 받아도 진실하게 행하는 자는 그의 기뻐하심을 받느니라.’(잠 12:22) 아담과 하와를 하나님으로부터 이간질시키고 불순종의 길을 걷게 유혹한 것은 사탄의 거짓말이었습니다. 사탄은 거짓의 아비라고도했습니다. 그러니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에 사탄의 역사도 강력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사소한 거짓말도 경계하면서 진실한 말을 하도록 애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