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억전달자

"저는 사랑이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by Xomln

행복은 개인의 자유에서 비롯된다고들 하지만, 수많은 선택지 앞에 서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때로는 그 자유를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선택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별다른 고민 없이 흘러가는 삶이 오히려 더 평온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기억 전달자>속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그곳 사람들은 선택의 부담도, 고민도, 갈등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 모습이 때로 너무 많은 선택지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의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생각에도 차츰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소설 속 사람들은 단순히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과 감정은 때로 삶을 무겁게 만든다.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현재를 놓치기도 하고, 감정에 휩쓸려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과 감정이 사라진 삶을 과연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억은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과 같다. 퍼즐을 맞추는 과정에서 하나하나의 조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완성된 퍼즐을 보고 감탄하는 순간이 있듯이 모든 기억이 아름답지는 않아도, 그 기억들로 이루어진 삶은 결국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억은 감정과 함께 새겨지고, 그 감정이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만약 기억이 흑백의 그림이라면, 감정은 그 그림에 색을 입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억과 감정이 없는 삶은 인간다운 삶이 아닌, 잘 짜여진 인형극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는 마음 편한 삶이 아니라, 텅 빈 삶 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인공 조너스 또한 기억과 감정 때문에 혼란과 두려움에 시달리지만, 결국 그것들이 그의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인간은 기억과 감정에 휩싸여 그것을 원망하면서도, 결국 그것들 덕분에 살아간다. 때때로 우리는 선택의 갈래 앞에서 불안해하고, 과거의 기억에 발 묶여 벗어나지 못하고,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하며 삶의 한 순간을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떠올리며, 삶의 자유와 기억, 감정이 지닌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기억 전달자>는 우리의 삶이 지닌 복잡성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