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져 있는 걸까?"

by Xomln

사람들은 누구나 친절한 사람이 되려 애쓰지만, 유독 가족에게만큼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편한 사이니까' 혹은 '매일 보니까'라는 속 편한 핑계로 점점 쌀쌀맞아지고,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은 불현듯이 우리를 찾아온다.

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이런 현실을 꼬집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마주하는 평범한 나날들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어느 하나 당연한 것 없는 사회 속에서 가족만큼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사람들은 늘 기적을 바라면서도 눈앞에 있는 기적에는 둔감하며,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당장 누리고 있는 행복에는 무디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눈앞의 행복을 일깨워주는 순간이 찾아오고는 한다. 안타깝게도 그 순간은 대개 큰 상실의 형태를 띤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 같던 가족과의 작별이나, 과거를 함께 추억할 친구와의 이별처럼 말이다.

이 책은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여 삶을 이룬 기적의 순간들을 깨닫게 한다. 단순히 '이별'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거의 엄마와 연결된다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무겁고 슬프게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은 엄마의 전하지 못한 편지에서 나온다. 딸 은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던 독자들은 은유가 느낀 설움에 몰입하여 책을 읽지만, 먼 미래에서 그 누구보다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딸을 두고 떠나야 했던 엄마의 심정도 단순히 슬프다는 말로 담아낼 수 없을 만큼 깊고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편지의 문장 하나하나는 딸을 향한 엄마의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한다. 과거의 아쉬움에 머물지 말고, 앞으로 펼쳐질 근사한 미래를 바라보라는 말은 딸의 슬픔을 지켜본 엄마가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위로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지도 몰라" 이 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이자, 인연을 당연하게 여기는 오늘날의 사회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만날 수 없는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편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잊어가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교훈일지라도, 소설 안에 서려 있는 그리움의 향기가 우리 삶 속 기적의 순간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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