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종의 기원

"피 냄새가 잠을 깨웠다."

by Xomln

"인간의 본성은 악인가?" 이 질문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숙제이다. 인간은 서로를 살릴 수도 있지만, 서로를 해칠 수도 있는 모순적인 존재이기에, 그 답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이 숙제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는 명제를 통해, 악은 후천적인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 말은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그는 살인은 인간에게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고, 무자비한 적응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악은 인간에게 후천적으로 덧씌워진 개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가지고 태어난 본능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 '유진'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동시에 화자로 등장하지만, 독자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그는 소설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자신을 불쌍하게 묘사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기억마저 조작한다. 독자는 그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순간순간 드러나는 모순과 번복되는 진실 앞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야기 속에서 유진은 끝까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악인으로 치부하며, 독자마저 그의 시선에 동화되도록 만들지만, 독자들은 점점 더 짙어지는 악의 색채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쯤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정말 유진과 다른가?"

뉴스에서 접하는 끔찍한 범죄를 보며, 우리는 "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나와 같은 사람임에도 어떤 마음으로 입에도 담기 힘든 사건을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와는 다를 것이라는 굳은 믿음과 달리 '악인'은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모든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본능적인 폭력성과 욕망을 실행에 옮긴 자일뿐이다. <종의 기원>은 평범하게 보이는 한 청년이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작가는 인간의 무의식은 한없이 어두운 숲과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숲 속 어디쯤에 서 있을까?

<종의 기원>은 단순한 스릴러 소설을 넘어, 인간 심연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믿고 있던 '선'과 '악'의 경계를 흔들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질문과 함께 깊은 숲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우리 안에서 점화되는가? 그 답은 아직도 숲 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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