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닥나무

by 이종열

황금빛 폭탄주머니,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신호만 닿으면

한꺼번에 폭발할

봄빛의 비밀 무기고.

꽃폭탄 속에서

겨울은 끝난다.


《황금빛 폭탄, 그 정적의 도화선》

정원의 공기가 달라졌다.

겨울의 끝자락,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삼지닥나무의 세 갈래 가지 끝에는

이미 완성된 의지가 매달려 있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그러나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보송한 은백색 껍질 안에서

황금빛은 조용히 충전되고 있다.

삼지닥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잎으로 몸집을 키우지 않고

가장 낮은 자세로 겨울을 통과한다.

견디는 동안,

제 안의 밀도를 높인다.

이 나무의 힘은

드러남이 아니라 응축에 있다.

꽃망울을 감싼 질긴 섬유는

훗날 종이가 되어

무언가를 오래 붙들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 장의 종이가

한 시대의 생각을 견디듯,

이 나무는 지금

피어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호뿐이다.

식물에게 그것은

햇살의 각도와 대지의 온도일 것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임계점에 도달한 결심이다.

껍질이 갈라지는 순간,

꽃은 흩어지지 않는다.

정교하게 배열된 황금빛이

한꺼번에 열리며

정원의 공기를 바꾼다.

폭발은 파괴가 아니다.

충분히 준비된 생명의 개화다.

곧 터질 꽃망울을 바라보는 일은

도화선 끝에 불이 닿기 직전의

짧고도 팽팽한 침묵을 견디는 일과 닮았다.

그리고 마침내,

황금빛이 열린다.

겨울은 물러가고

정원은 향기로 채워진다.

삼지닥나무는 말없이 증명한다.

진짜 폭발은

가장 오래 참고 있던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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