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紅梅)

by 이종열

롤러코스터는

정점에서

숨을 멈춘다

맨 앞에 앉은 겨울

손에 맺힌 땀

잠깐의 적막

침 한 모금 삼키는 사이

궤도가 꺾이고

붉은 속도가 쏟아진다

함성은 찢어지고

시야는 뒤집히고

심장은 선로를 따라

앞질러 떨어진다

끝에 닿자

빈 좌석

겨울의 체온이 식은 자리에

紅梅가 앉는다


붉은 속도로 추락하는 계절 — 《홍매(紅梅)》의 역학

정점은 고요하지 않다.

그것은 낙하 직전의 응력이다.

맨 앞에 앉은 겨울의 손에 맺힌 땀은

끝을 감지한 신체의 반응이다.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라

중력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추락에 가속도가 붙는다.

궤도가 꺾이는 순간

계절은 흐름이 아니라 급가속이 된다.

‘붉은 속도’는 색이 아니라

온도의 반전이다.

겨울이 유지하던 열역학적 균형이 붕괴하며

냉기는 선로에서 이탈한다.

하강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전율의 함성이 아니라

체온이 빠져나간 빈 좌석이다.

그 자리에 앉는 紅梅는

아무 짬도 모르고 흥분한다.

앞서간 손님의 뒷자리,

다음 온도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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