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과녁이다》

by 이종열

나는 오래전부터 글을 화살로 생각해 왔다.

애기동백이 피운 꽃이 꽃살, 내가 쓴 글이 글살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꽃도 글도 후진이 없다.

이미 날아간 화살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어디에 꽂히는지, 누구에게 닿는지 이제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날아간 화살이 아니라 아직 시위에 걸려 있는 한 화살이다.

지금 막 떠나려는 이 한 편의 글이다.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사진 한 장을 찍고 짧은 글을 올린 지 어느덧 십오 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쓴 글이 오천 개쯤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무엇을 향해 그렇게 오래 글을 쏘고 있느냐고.

처음에는 독자를 향해 쏘는 줄 알았다.

누군가 읽어 주기를 바라며 글을 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글의 과녁은 그렇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날부터 내가 겨누고 있는 과녁은

내 삶이었다.

평생 글을 쓰고 싶었다.

꾸준히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녁이 나 자신이어야 했다.

세상을 향해 쏘면 언젠가는 지치지만

자신을 향해 쏘는 화살은 멈출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일기처럼 썼다.

그리고 그 글의 독자는 나 자신이었다.

내 눈에 아름다운 것을 찍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하나를 주워 올린다.

그렇게 하루의 풍경 속에서 하나의 생각을 건져 올리면

그날의 글이 된다.

봄이 오면 매화 향기가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나는 그 향이 봄볕에 다 빼앗기기 전에 급히 주워

핸드폰에 담고 시로 봉인한다.

또 어떤 날에는

애기동백이 꽃살을 마구 날린다.

그날 나는 또 하나의 글살을 시위에 얹어

세상으로 보낸다.

꽃을 아름답게 보는 그 마음이 꽃이라고 했던 것처럼

어쩌면 글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세상에 던져지는 것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쏘는 것은 결국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오천 개의 글을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그 글들은 지금의 내가 쓴 것이 아니다.

과거의 내가 그날의 풍경 속에서 하나를 주워 올린 것이다.

이미 쏜 살은 내 것이 아니다.

지금 시위에 걸려 있는 한 화살만이 내 것이다.

새로운 것을 담으려면 비워야 한다.

잊어야 한다.

그래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위를 당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화살을 놓는다.

함부로 허공을 향해 쏘지는 않는다.

그 화살이 결국 돌아와 나의 삶에 꽂힐 것이기 때문이다.

진주 한 알은 큰 가치는 없다.

그러나 한 알 한 알이 이어져 목걸이가 되는 순간

진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된다.

사소한 일상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하루의 생각 하나는 작고 가볍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시간과 삶을 이루는 순간

그 기록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글이 된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루 하나씩

내 삶의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일.

아직은 진행형이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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