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어드벤처-금기숙 기증특별전

꿈을 이루는 필사, 827일

by Jihye
나에게 먹는다는 것, 맛을 즐긴다는 것은 모험이다. 새로운 식당에 가는 것도 모험이겠지만 먹는 것 자체가 지금 바로 내 안에서 펼칠 수 있는,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모험, 입안의 소소한 어드벤처다. 누군가에겐 일상 속 모험이 등산일 수도, 여행일 수도 있겠지만 요리를 하는 나의 모험은 메모해 놓은 식당을 찾아가는 것, 그곳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금기숙 기증 특별전-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이번 전시는 40여 년 동안 패션과 미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패션아트'라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온 금기숙 작가의 창작 여정을 보여준다. 와이어, 구슬, 폐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로 완성된 작품들은 예술의 확장과 상생, 깨달음의 주제로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빛과 선,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형상화해 온 그녀의 예술 세계는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한 줄 한 줄 철사를 엮어서 완성한 작품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가느다란 철사 한 줄, 작은 구슬 하나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손길이 쌓였을까. 한 줄 한 줄 이어 완성한 형태를 바라보고 있으면 작가가 오랫동안 쌓아 온 사유와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고 느끼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꿈꾸고(Dreaming), 시선은 작품의 선을 따라 춤추듯 움직이며(Dancing),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천천히 깨닫는다(Enlightening).

전시실을 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찾는 모험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새로운 식당을 찾아 낯선 맛을 경험하는 순간처럼 전시를 보러 가는 일도 충분히 설레는 모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맛을 찾아 떠나는 모험처럼 예술을 만나는 시간도 일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또 하나의 소소한 어드벤처가 내 일상에 조용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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