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새 힘들어하는 이유를 까먹고 말았다.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등교한다. 학교에 등교하는 건 귀찮지만, 가면 나름대로의 성실함과 사회성이 길러져 가는 것이 좋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는 등교에 대한 증오는 진작 씻겨져 내려가고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째서 학교를 가기 싫어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우중충한 안개를 헤집어 과거를 생각했다. 깊게, 아주 깊게. 까먹은 심상에 손을 집어넣어 그 비루한 내용물을 전부 쏟는다. 장난감이 적당하게 들어가 있던 상자가 뒤집어지는 것처럼 그 안의 내용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을 만났다. 불과 3년 전의 나는 사람들이 손을 뻗는 족족 씹어버리는 의심암귀이자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였다. 손을 건네는 사람에게는 경계를, 나에게 자그마한 장난을 치는 사람에게는 이빨을 들이밀어 물어버렸다.
하지만 그때의 아이들에게 나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는지, 언제든지 나를 괴롭히는 날이 왔었다. 학교폭력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진짜 학교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불행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언제나 후회와 슬픔, 분노가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했지만, 내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뭐든지 피곤해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 나에게 향하는 작은 장난들은 전부 내가 나 스스로 알아서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을 하지 못하고, 1학년을 그리 무기력하고 허무하게 보내버렸다. 반에 있던 친구는 한 명뿐. 많은 친구는 사귀지 못하고, 나는 1학년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내가 힘들어하던 이유는 그것이 맞았던가? 중학교의 시절이 그렇게나 싫었던가? 아니었다. 내가 진정으로 힘들어하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좀 더 깊숙이, 내 안을 휘젓는다. 약한 회오리가 내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힘들었다고 느낀 걸까? 아니, 그때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저 마음과 몸이 유약했던 나의 탓이었다. 나의 탓이오, 나의 탓이오... 그렇게 습관처럼 중얼거리니, 나는 중학교로 들어갔고, 중학교에서조차 탓을 하니 고등학교로 입학했다.
입학한 후에 나는 가면을 썼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에 존재했던 평범한 나를 집어넣고, 억지로 모든 것을 포용하기 위해 가면을 집어 들었다. 억지로 쾌활한 척, 뚱뚱하고 음습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안은 적당히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과하게 웃었다. 과하게 받아들이고, 웃고, 입을 찢었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부모님과 싸우고 하루동안 가출을 하고 만 것이다. 그게 뭔 자랑이냐, 쓸데없이 말하지 마라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그 하루동안 있던 모든 일은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그날부터 부모님이 지르는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몸이 움츠러들고 이불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은 상냥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에게 있어 그들은 공포였다.
부모님은 언제나 웃고 있었지만, 그들 또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안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그것이 그렇게 무서웠다. 알 수 없었던 그 표정이 너무나도 두려웠던 나는 부모님에게 가까이 향하려 하지 않았고, 그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부모님과 그리 진지한 이야기를 섞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고, 그 전면을 부정당했다.
아니, 뭐... 나이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어지는 것이었다. 세대가 다르고,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호르몬의 폭주 때문에 생겨나는 제2의 사춘기인 갱년기가 그날 완전히 폭발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수 없었던 그날의 나는 엄청난 우울감에 휩싸였던 탓에 가출을 감행했다. 습관적으로 저축한 돈이 들어있는 지갑도 들지 않고, 휴대폰만을 들고 정처 없이 밤의 바다를 헤엄쳤다.
그리고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내 마음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세계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내가 존재하려고 했던 세계에서 추방당하고 만 범죄자라는 것을. 절대로 나는 선으로, 그들에게 있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내 몸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그 추악한 내용물을 전부 내보내며 번들거리는 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