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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우 Nov 03. 2023

무제 #5

사색, 한 가지 색

 현 시대는 기술의 진보와 관념의 퇴화와 단순의 중독의 천지이다. 상상의 나래의 끈은 덧없이 짧아지고 있으며 수동적인 발걸음은 더더욱 의미를 찾지 못해서 결국 나태함에 굴복하고 높은 승률을 기록한다. 끈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결실을 도저히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황하고 쉬운 방법을 찾고 짜증에 뒤섞여 결국엔 최악의 능률을 자랑한다. 깊은 영감없이 억지로 어느정도 올바른 규칙에 얽매여서 창작을 진행해나간다는 건 참 지옥같은 일이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처참한 몰골을 부디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깊은 의미는 없지만, 어울리는 행태를 찾아서 멋스러운 단어들과 함께 이해하지 못할 문장을 하나씩 이어나간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가끔은 아예 가야할 방향을 잘못 잡은게 아닌가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고, 이대로는 아무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다. 화면이 뒤섞인다. 한계는 열 개의 줄. 거듭되는 실패에 손톱이 남아나지 않는다. 남아나지 않은 손톱을 바라보며 살마저 천천히 뜯겨나간다. 무엇을 만들어나간다는 압박감에 답답한 가슴은 도저히 터져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높은 확신을 가지고 싶다. 누군가 지도를 펼쳐서 길잡이를 해주었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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