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에 관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약 20년 전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다. 당시에 네이버에 블로그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블로그라는 것은 내가 쓰는 글이 외부와 소통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아주 간편하게 해주는 방법이었고, 그 당시에 나에게는 매우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또 남이 볼 수 있는 글은 대충 써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글쓰기에 매우 도움이 되는 수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에 대단한 글을 썼던 것은 아니라 개인적인 일들과 감정들에 대한 글들을 짧게 쓰는 정도였다.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글, 공부나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좋은 방법들, 읽고 싶은 책들에 관한 것들, 등등. 왜 그렇게 글을 썼을까를 생각해 보면 답답하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간혹 그걸 쓰면 돈이 좀 되는 거야? 라면서 돈과 관련된 질문들을 하곤 한다. 요즘이야 SNS의 마케팅적인 파워가 워낙 강하다 보니 돈이 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도 참 대단한 능력이라고 칭찬받을 만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내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의 수단이 되기 때문인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왔는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것들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물론 글을 쓰지 않는 평소에도 위에서 말한 것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만 하게 되면 제대로 깊이 있게 정리를 하지 못한다. 머릿속에서는 피상적인 개념들만 떠올리게 되지만 글로 쓰려고 하면 생각했던 그 피상적인 개념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파악해야지만 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화를 그릴 때를 생각해 보자. 스케치북에 먼저 연필로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는 정도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눈, 코, 입 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명암과 피부결, 머리카락 등을 그려서 완성해 가는 것이 글쓰기의 과정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나의 생각들과 가치관, 계획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보다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자연스럽게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았을 때 과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비범한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게으르고 머리가 좋지 못하고 체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라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살고 나서 왜 이렇게 살았을까 라며 후회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 후에 결과가 좋지 못한 것에 대해, 선택을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 난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나는 너무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의 마지막 글에 자신 있게 남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