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편집자의 마음으로 진심을 다한다
원고를 마치는 데 6개월. 어느 정도 충분히 썼다 싶어 퇴고를 시작했습니다.
퇴고 까짓 거 금방 끝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원고 작성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퇴고' 작업에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쏟았습니다.
8만 자라는 거대한 글자 더미를 열 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느 순간, '작가'라는 오만한 시선을 내려놓고 '독자'의 눈으로 제 글을 마주했습니다.
반복되는 자기 위안, 밋밋한 문장들, 공허한 외침들...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고쳐야 할 것 투성이었습니다.
또 부족해 보이는 챕터의 경우 송두리째 지워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저에게는 나름 중요한 에피소드였지만 철저히 독자 관점에서 바라볼 때 맥락 상으로 중요하지 않거나 집중이 안 되는 부분들은 수정하거나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깎고 다듬을수록 투박했던 돌덩이에서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세상에 나가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던 밤, 저는 비로소 노트북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은 출판사라는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한 '출간 기획서'와의 싸움이었습니다.
편집자의 책상 위에는 매일 수십 통의 원고가 쌓인다는 것을 알기에, 철저히 그들의 관점에서 고민했습니다. "이 책은 왜 읽혀야 하는가?", "이 무명의 초보 작가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수십 번 되물었습니다. 8만 자의 원고와 이 책이 왜 세상에 나와야 하는지를 단 세장의 매력적인 요약으로 압축하는 과정은, 마치 제 삶의 본질을 추출하는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출간 기획서 작성만 시간을 두고 또 거의 한 달을 쓰고 쓰고 또 수정했습니다.
투고할 출판사를 정하는 과정은 마치 '나의 아이가 자라날 집'을 고르는 마음이었습니다.
무작정 수십 군데에 이메일을 뿌리는 대신, 제 원고와 결이 맞는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틈틈이 정장 차림으로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았습니다. 수많은 책 사이를 거닐며, 어떤 출판사가 제 진심을 가장 따뜻하게 품어줄지 살피고 또 살폈습니다. 서가에 서서 다른 작가들의 책을 만져보며, 제 이름이 박힌 책이 꽂혀 있을 미래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정성껏 만든 리스트를 보며, 이메일 한 통 한 통에 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바쁜 편집자님이 혹시나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으시더라도, 이메일 본문만큼은 내 진심이 닿기를..."
투고 준비에만 다시 한 달. 조바심보다는 평온함이 컸습니다. 단 한 곳이라도 제 진심에 응답해 줄 곳이 반드시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첫 투고 이메일을 시작하자마자,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작가님, 저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차적으로 다음과 같은 검토 의견을 드립니다."
모니터 너머로 그 글자를 마주한 순간, 저는 잘못 온 이메일인 줄 알았습니다. 제 원고에 대한 의견과 보완할 사항들, 향후 출판 절차 등이 상세하게 회신되어 온 것입니다.
그동안 나 홀로 글을 쓰던 고독한 시간들이 찬란한 위로로 바뀌었습니다. 제 진심이 드디어 누군가의 책상에 닿은 것입니다.
믿어지지 않게 그 이후에도 다른 출판사로부터 출판 회신이 들어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진심을 다하면 이름 없는 초보 작가에게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출판사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난 유명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 책을 썼다고 출판이 가능할까?"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당신의 진심을 믿고 세상에 던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