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미술학원일지 2화
안아주세요,
안녕하세요 대신 가장 먼저 나를 반기며 하는
너의 인사말,
처음 널 만난 날
너는 엄마와 떨어져 있기 싫다고, 얼른 집에 가고 싶다고 수업 시작하려면, 피곤해서 졸린 눈 부여잡고 제일 찡얼거리던 너였다.
그런 네가 이제는 파란색 책가방을 새로 샀다며 곧 입학할 초등학교에 대해 매일 재잘거린다.
12월 생인지라 다른 또래보다 많이 작고 왜소했던 너는 파랑색을 좋아했다.
어린 나이에 비해 취향은 누구보다 정확했다.
하늘색에 파랑 한 스푼 찍어 넣은 조금 짙은 하늘색 을 좋아했다. 어쩌다 제 기분에 따라 보라를 종종 섞기도 했다.
또래 친구들이 분홍색 혹은 보라색을 좋아할 동안
너는 유독 파랑을 많이 좋아했다.
어느 날 그거 남자색이야, 하고 혹여 지적하는 친구가 있다면 겨울왕국 엘사를 외치며 당돌하게 반박하던 귀여운 너였다.
점점 서늘해지는 것이
곧 파란 바람이 불 것 같은 늦여름이었다.
원내 책상이 보충으로 인해 아이들이 가득 찬 날이 있었다. 그 날은 친구들에게 치여 그림 그리는 공간이 많이 좁았나 보다.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성격,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그럴 수 있지가 아니라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림 밟았으면 밟았다, 다쳤다, 실수했다, 물을 흘렸다 등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일단 사과부터 할 줄 아는 너였다. 고자질이라고 하기엔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진솔한 친구였다.
그날, 배경을 홀로 파란 색깔을 써버리는 바람에 누가 봐도 네가 다른 친구 그림에 물감이 튄 상황이었다. 정말 열심히 그림 그리다 보니 몰랐나 보다.
그 친구는 자신의 노란 하늘에 파란색이 튀었다고 엉엉 울었고 잠시 다른 아이를 도와주던 나는 아이의 눈물에 순간 당황했다.
예쁜 공주 옷에 혹시 물감이라도 튀진 않았는지
부랴부랴 확인하고 있던 중 네가 말했다,
넌 왜 하늘색을 미워해?
너의 하늘은 노랗지만 나의 하늘은 파랬어.
파랄수도 있는 거고 노랄 수도 있는 거야.
그리고 노란 하늘에 파란색 튀었다고 파란 게 남지 않아. 이거 초록색이 되기도 해.
그런 일이 생기면 늘 먼저 사과하던 너였는데,
빨개진 얼굴로 한참 내뱉더니 내심 무서웠는지 다시나에게 와서 안겼다. 노란 하늘을 그린 친구는 초록색으로 조금씩 변한 모양새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울음을 멈추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내 다들 다시 조용해졌다.
얼마 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아까 상황이 걱정되어 다시 너를 안아주러 다가갔다.
“나는 알아, 네가 파랑색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거 ”라고 말을 건넸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다시 안아주세요를 외치는 너였다.
매일 어리광 부리던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의젓해진 날이 있었다. 이제 꽤 시간이 지났으니 나와 적응을 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쯤 우연히 너의 동생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때 너의 나이는 고작 5살 겨울이었다.
자신이 받은 최고 생일 선물이라고 자랑하던 너였다
내게도 너만 한 터울의 동생이 있었는데,
나도 참 어린 나이에 동생을 만났구나 새삼 느꼈다.
너에게 하늘색은 너의 동생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곧 너의 세상이구나 싶었다.
사실 자신은 파란색을 제일 좋아했고
사랑하는 동생이 하늘색을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많은 어른들이 여자 아이가 왜 분홍색을 입지 않냐고 물어봐서 동생이 항상 속상해했고 그날부터 동생이 좋아하는 색을 같이 좋아해 주기로 약속했었다고 한다.
네가 언제 이렇게 의젓해졌을까 대견하면서도
선입견과 시선을 너에게 줬을지 모를 어른으로서
많이 미안했다.
얼마 전에 동생 생일이라고 하늘색 물건들을 잔뜩 그려 넣은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참 너그러운 네가 언니라서
동생도 행복하겠다고,
너에게 파랑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