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로베이스인 삶
이제 좀 뭔가 해보려고, 좀 자리를 잡나 싶었는데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나의 행운은 눈꼴시다는 듯 바로 식탁의 다리를 걷어차 위에 애써 차린 음식들을 모두 바닥에 쏟아지게 만들었다.
허탈하고 억울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다시 시작하는 게 무섭고 힘이 나질 않는다.
이렇게 세상에게, 혹은 내 기대에 상처받은 마음은 또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버리는 듯.
늘 굴러 떨어질 때마다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결심하고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를 놔 두어 보자고 결심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게 너무도 소중하다.
세상은 내게 빚진 게 없기에 아마도 이것은 내가 나도 모르게 진 빚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억울하다.
세상 속에는 이제까지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게 쌓아온 아무것도 아닌 소중한 경력들이 지푸라기처럼 흩어져 있다.
붙잡고 싶은데 붙잡을 수 없다.
이미 난 세상에서 지워진 사람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난 영에 수렴하고 있다.
이것저것 해보고 붙잡으려 했으나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망울이 내 뒤를 쫓아다닌다.
억울한 느낌.
내가 선택한 삶에 이런 옵션들이 주렁주렁 달렸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사랑하면 약자가 된다는 것.
뭐든 하게 만들지만 정작 나를 위한 건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안다.
모두가 나 같지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용감하고 의지가 뛰어난 사람들은 이마저도 성공을 위한 서사로 만들어 버리지만 의지박약 하고 엑스트라에 불과한 나는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다.
그래서 더운 여름밤 더 사랑한 죄로 모든 일들을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무모함과 억울함을 이렇게 한풀이해 본다.
늘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나날들이지만 누군가는 이런 날들을 딛고 날아오르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