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언의 추억

아버지의 이력

by 원더풀데이

어렸을 적 우리 아버지는

낙동강 하구언에서 재첩 잡는 어부였지요.

강원도 산골짝에서 배추 팔다

경북 울산 남창서 옹기 만들다

그 옹기 팔러 부산까지 내려왔다

그만 재첩 잡는 어부가 되었지요.

허~어, 강원도서 부산, 그래도 꽤나 출세했지요?

부산이라~

강 곁으로 난 엄궁 똥다리 둑길에

연신 고린내 풍기고

그 길목 내 친구 유정이 집이

금세라도 똥물에 머리를 처박을 듯

대롱거려도

갯벌 끝자락, 봄마다

어찌나 냉이가 지천으로 피던지

온 동네 가시내들마냥 어린 내 가슴도 푸릇푸릇 덩달아 하늘에 닿더이다.

햇볕에 땡글땡글 영근 내 아비의 허름한 꿈도 제법 팔딱거렸단 말이지요.

고단했던 하루의 거랭이질과 맞바꾼 팔뚝만한 고등어 한 마리

다섯 식구 저녁 밥상에 오르면

아버지의 그을린 팔뚝도 제법 근사했는데.

어느 날 낙동강 하굿둑 공사가 시작되고

양동이마다 싱싱하게 출렁이던

“재첩 사이소.” 이내 골목마다 흔적을 감추었지요.

내 아비의 싱싱했던 팔뚝엔 결국 고단한 삶의 못 자국만 남고

낙동강 하구언 그 눅진한 고린내도

어느 겨울 철새 떼 꽁지를 쫓아

그렇게 흩어지고 말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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