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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엘PD Sep 02. 2022

'열여덟 어른'

JTBC 인터뷰 후기

한 순간도 어른이 아닐 수 없었던 삶,
선택하지 않아도 살아야 했던 삶,


JTBC에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원고도 미리 살펴보고 미팅 전화도 끝나니, 인터뷰 시간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1층 로비로 갔다. 도착하니 기자님이 미리 내려와 계셨고, 게이트를 통과해 2층으로 올라갔다. 도착해서 보니, 이쁜 정원 같은 곳이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 자립 8년차 이마엘(필명) 이라고 합니다.


Q. 처음 자립을 해야 했을 때 어땠어요?

사실, 다른 유형(시설퇴소, 그룹홈, 쉼터)들은 자립을 해야 하는 때가 정해져 있지만, 사실 가정위탁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다른 유형에 비해 비교적 늦게 자립준비청년인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도 정착금을 받는 시기에 알게 되었거든요, 왜냐면 어릴적부터 숨겨야 했거든요, 부모님 없는게 내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내가 태어난 게 잘못이다 라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Q. 그럼, 그 때는 자립정착금이 얼마였어요?

500만원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보호종료아동 이라고 불렸었죠, 왜 제가 아동인건지? 그리고 갑자기 나라에서 한번 도움도 받아본적이 없는데 500만원을 주는거지?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 때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Q. 자립전담기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자립전담요원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니요, 저희 때는 연장보다 종료를 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아서, 빠르게 종료를 택하는 편이었어요, 그 당시에도 자립전담요원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시설이나 그룸홈은 모르겠지만, 가정위탁은 초록우산 재단에서 아마 관리하고 있었던 걸로 알아요, 그 당시에 선생님 한명당 120명? 의 아이들을 관리했다고 하니, 가정방문도 쉽지 않았을거예요,


Q. 자립 하면서 제일 힘든 순간이 언제였어요?

이 질문을 미리 받고,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물론 휠체어를 타게 된 때도 많이 힘들었지만, 사실 20살 대학교초반이 생각나더라구요, 대학교에 가면 공강이라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근데, 저는 그 시간이 되게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다른 동기들은 그 시간을 즐기는데, 저는 그렇게 시간이 주어져 본적이 없어서 그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무엇인가를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동기들도 저를 그렇게 기억하더라고요 항상 무엇인가 하고 있는 사람 으로요, 또 학교도 신학대학교이다보니까, 삶을 돌아보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억눌려왔던 사건들과 감정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죠, 그 때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거든요,


Q. 죽을만큼요? 그럼 실례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걸까요?

네, 그쵸 눈을 떴는데 다 날 죽일수 있는 것들만 눈에 보였어요, 진짜 죽고싶다기보다, 너무 잘 살고 싶은데,해결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죽음이 탈출구 같았어요, 그 때는 죽음이 후광처럼 비쳤어요, 저길 넘으면 다 끝나겠구나 라는 생각이죠.


Q. 그럼 그 기간에 '주변에 지지해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했겠네요?'

  네, 많이 필요했죠, 사실 할머니에게 내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혼자 끙끙 거리다가 교수님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었죠, 상담을 하면서 제 안에 일들을 풀어가려고요, 근데 당시에 상담 선생님이 한 3번 정도 바뀌었거든요, 어떤 선생님은 첫 상담부터 호구조사를 하시면서, 가장 말하기 힘든 나의 과거를 자꾸만 들추어내며, 제가 마음의 문을 열기전에 저의 마음의 문을 강제개방 하려고 했던거죠, 당연히 악효과였고, 상담을 자꾸만 피하게 되었어요


Q. 나와 맞는 상담 선생님을 만나야겠네요?

그렇죠, 마지막 상담을 통해, 비로소 저를 돌아보고 저를 수용하게 되었어요, 사실 마지막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루어졌거든요, 결국, 진짜 자립준비청년의 상담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거 같아요,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저희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Q. 그럼 다시 돌아와서, 휠체어를 타고 계신데 아픈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저는 휠체어를 탄지 이제 2년 정도 되었어요


Q. 그 당시에는 20대 초반보다는 도움을 많이 받으셨나요? 어떤 도움을 받으셨어요?

네, 그 당시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선생님께서 매달 한번씩 연락을 주시고 계시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그 벼랑 끝에 몰린 순간에 선생님이 떠올랐고 연락을 드렸죠, 정말 자기 일처럼 지원받을 수 있는것들과 저의 의식주 그리고 기초생활수급 그리고 병원비까지 모두 한 달 정도만의 다 헤결되었던 거 같아요, 제가 그래서 맨날 재단 선생님과의 연결 끈을 놓지 말라고 늘 이야기 하고 있죠,


 Q. 재활을 받는 과정도 힘드셨겠어요?

사실 처음엔 죽기위해서 재활을 했어요, 전신마비니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거든요, 어쨋든 저기까지 걸어가야 떨어져서 죽든 뭐든 하는데, 그것조차도 선택하지 못하는게 더 비참하게 느껴졌어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너무 막막하기도 했죠, 그래서 "그래 떨어져 죽든, 뭘 하든 일단 저기까지 가자!" 라는 마음이 재활의 출발이었어요, 하다보니까 마음이 바뀐거고, 살게 된거죠


 Q. 심리적인 자립 VS 물질적인 자립 어떤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껏 자립준비청년활동가로서 자립정착금을 늘리고, 자립수당을 늘리고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돈을 많이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라는게 행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돈이 필요없다는 건 아니지만요, 처음 퇴소를 하건, 위탁 가정을 나오건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불안함일거에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지? 라는 생각들, 이제 뭘 해야하지 라는 생각들, 그런 생각들이 막막함이 되서, 앞이 보이지 않는거죠, 더이상 그게 그려지지 않으면, 그 때부터는 위험한 생각들이 들어오고 노출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안타까운 사건들도 사실 그랬을거예요, 이제는 지지체계가 필요하다는거죠,


 Q. 지지체계요? 어떤 것일까요?

사실 자립과 독립은 엄연히 다릅니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수용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는거죠, 일반 청년 중에서도 그런 청년들이 을 수 있잖아요, 라고 말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엄연히 그 존재가 있어서 내가 독립하다 한 두번 넘어져도 잡아줄 수 있는것과 그 존재 자체가 없어서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야 하는 삶은 다르다는거죠,


JTBC 인터뷰를 다녀와서, 나는 또 다른 많은 생각을 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있어 진짜 필요한 것, 그것에 대해서 말이다. 인터뷰는 일부 발췌되어 나왔지만, 전체 내용은 이렇게 진행됬다. 또한, 인터뷰를 부드럽게 잘 진행 해주시고 기사 써주신 성화선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기사 :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11895?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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