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문학

형통한 날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라!

by 송하영

1. 미국이 이탈리아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모양이다. 이처럼 야구는 정말 모른다.

세상 가장 약체가 세상 가장 강한 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종목이 유일하게 야구다.

내가 야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고.

이제 미국은 모든 경기를 다 마쳤고 다른 나라의 나머지 경기 결과에 따라 8강에 올라가게 될지 말지가 결정나는 그런 처지가 되었다.

2. 우리나라의 야구 현실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 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보며 그저 그 걱정을 마음 속 깊은 저 심연으로 밀어 넣어두시기 바란다.

지금 미국 야구의 저 결과를 두고 미국 야구 현실을 걱정하는 미국인은 아마 단 0.1명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 인프라를 가진 나라이며 그 구성원들의 실력 또한 단언컨데 세계 1등이다. 미국 야구의 현실은 걱정할 게 단 0.1도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는 누구나 다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안다면 결과는 그저 받아들여야 할 어떠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3. 우리나라의 야구 현실이 그렇다고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엘리트 스포츠로 야구를 하는 고등학교가 전국에 100개가 채 안되는 걸로 안다.

그렇다고 그 <학교수>를 더 늘리기엔 아이들이 너무 부족하다. 아예 인구 자체가 너무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국민성 자체가 단 하나의 꿈만을 모두가 쫓는 것에 매우 특화가 되어 있다.

어느 집 아들인들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말을 하면 어느 부모가 선뜻 밀어줄까?

우리 아이들은 대체로 대치동에서 모두가 의사라는 똑같은 꿈을 꾸며 다같이 썩어가고 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몽땅 다 썩어 문드러지는 걸 보며 어른들은 잘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기특해 하고 있으니 야구 인프라는 앞으로도 더 발전히긴 어려울 것이다.

4. 요즘 아이들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있지 않다. 당연하다. 배가 전혀 안 고프니까.

항일정신, 반일 정서도 아마 우리 때처럼 그렇게 크게 갖고 있진 않을 것 같다.

요즘 세대가 요구하는 정신력이란 오타니가 가진 그런 정신력일 것이다. 목숨 걸고 자신의 꿈에 도전해 보는 것, 정말로 최선을 다 해 보는 것, 하늘의 도움마저 바라면서 할 수 있는 한 겸손하게 사는 것, 내가 누린 행운을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다소 내게 무리가 가더라도 절대로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 등등.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새시대의 정신력>이란...아마 이런 것들일 것.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일제가 남긴 상처를 잔제처럼 끌어 안고 살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배가 고프지 않은 아이들에게 처절한 헝그리 정신은 아예 어불성설일 뿐이고.

5. 스포츠는 언제든, 누구든 질 수 있다. 또한 승리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무리 강팀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약팀이라도.

따라서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경기 결과에 따라 기뻐하고 또 슬퍼하는, 일희일비 외엔 없다.

아울러 패배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패배를 건강하게 받아들이며 훗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다시 또 노력하면 그 뿐이다.

졌다고 필요 이상으로 현실을 타박하고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정신력까지 마치 다 보인다는 듯 끄집어 내어 질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냥 그게 스포츠일 뿐.

오죽하면 성경에도 써 있지 않나.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그저 되돌아 보라.
(전도서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