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지옥편

그 끝나지 않은 지옥에 대하여

by 송하영

1.
어제 회식에서...오페라 <잔니 스끼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테의 <신곡>을 먼저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을 감히 철학자들 앞에서 했었다.

단테의 신곡,
그 중에서도 <지옥>편을.

<쟌니 스끼끼>는 신곡의 지옥에서부터 작곡가와 작가가 불러들인 존재이며 그리하여 오페라의 제목이 되는 <잔니 스끼끼>는 지옥과도 같은 (오페라 속) 현실의 지극하게 적절한 <은유>가 되는 거라는, 뭐...그런 말을.

다들 흥미로워하셨지만

나는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신곡>의 전부를 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던 저 지식은 걍...나도 학교에서 배워 안, 아주 얕은 풍월...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라서.

마침 그 자리에 계셨던 한 교수님이 <신곡>을 라틴어로 읽는 수업을 한 적이 있다시며 <신곡>에 대해 엄청나게 설명해 주셨는데

너무 재미나더라.

2.
그리고 특강을 부탁하셨다. 4월 중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과 철학의 내용으로.

나는 단테의 <신곡>으로부터 오페라 <잔니 스끼끼>를 지나 카프카의 <변신>을 거쳐 '실존주의 철학' 에 이어 약간의 마르크스까지...를 함께 아우르며 오페라를 해석하면 너무너무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3.
하여,

일단 나는

단테의 신곡...을 먼저 대략으로나마 파헤쳐보고 싶었고어디다 뒀는지, 이미 처분하고 없는지 모를 카프카의 <변신>도...그리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둘러볼 건 둘러보고 또 대강 거기서 읽고 훑어보면서, 살 건 사고, 읽을 건 읽고 할 작정으로 나선 길이었다.

4.
그러나.

광화문 교보문고 앞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마이크에 대고 찬송가를 불러재꼈고 다른 누군가는 미국 국가를 불러재꼈다.

삼일절인 오늘도 태극기는 성조기와 함께 처량하게 나부꼈으며 차선도 인도도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그 엉망진창 속에 아주 부질없는 나약한 질서라도 잡아보겠다는 일념을 지닌 경찰들이 약 5미터 정도를 간격으로 하여 서 있었고.

5.
<허술하고 텅 빈 자아>일수록 결집하여 꿀꿀대는 것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게 마련이며 그렇게 집결된 나약하고 무지한 <무리>에겐 거짓말 같은 <가상의 힘>이 부여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리하여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강력한 <악당>일 것이라는, 그런, 착각.

6.
"대체 차를 왜 끌고 나온거야?"

한 할아버지가 내 차를 걷어찼다.

이후로, 우르르.

근처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합세하여 내 차를 향한 다구리가 시작되었는데

차에 무언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에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창문을 내렸고, 그 순간 바로 근처에 있던 경찰이 달려왔다. (기적이었다)

경찰은 무리들을 가까스로 진정시켜 가던 길을 계속 가게 했고...뒤로 돌아 나를 보며 말하길, "누가 무슨 말을 걸든 차에 뭘 덜지든 절대로 창문을 여시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라고.

7.
사건은 경찰 아저씨의 도우심으로 별 일 아니게 금방 종료되었으나 놀란 가슴은 아직도 널을 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슬펐다.

너무 슬펐다.

세상이 도무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이 무식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어케 버티며 살아가야 하나.

나는 살 수 있을까.

계속 살아야만 할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일까.

가끔 이런 예기치 않은 일을 만나면...너무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 견디기가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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