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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어때?

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일년간의 신학공부를 끝냈다.

나는 철학이 춤추는 곳으로 돌아간다.


이때 나를 지켜보셨던 담임목사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솔직히 나는 별생각이 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표가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는 일이

내가 직면해야 할 당면과제였다.


"오늘 살아가는 것

오늘 연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내일 일은 내일 ..."


마침 이런 복음성가가 흘러나왔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딱 내 이야기와 일치되었다.


"아직은... ."


목사님은 나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장애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어떨까?"


이 제안을 듣자마자

대뜸 이와같은 대답을 했다.

"저..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대답을 들으신 목사님께서

더이상의 말씀은 없으셨다.


목사님과 대화를 마치고

나는 약 한 달 동안 나의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지?

나는 왜 유학을 가려고 하지?

나는 지금 어디에 서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내가 만난 장애인들은

동대문 도서관에서 였다.


신체적 장애(身體的 障碍)가

사회적 장벽(社會的 障壁)이 되어 버린

현실을 살아가아 하는 ...


2개월 후

나는 목사님을 찾아갔다.

"목사님 말씀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그 방향도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서서히 준비하겠다는 심정으로

말씀 드렸다.


그러나 목사님은 급하셨나 보다.

"월요일 아침.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어.

시간 낼 수 있지?"

본래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나는 얼떨결에 "네"라고

답하고 말았다.


"이것은 무엇일까?"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월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교회 승합차가 집 앞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나요?'

마치 아들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묻는 모습이었다.

"가 보면 알지.

나도 처음 가는 곳이라서.


약 한 시간동안 차를 타고

경기도로 향했다.

가파른 언덕을 지날 때

나는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장애인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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