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난한 것인지 물가가 비싼 것인지
창규는 어플을 깔고 커피주문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플 가입 후 첫번째 주문에는 배달비를 받지않는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서 받아 마시는 기분이 어떨까?"
단지 그 느낌을 알고싶어서 창규는 커피 한잔을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약 20분도 지나지 않아 벨이 울렸다.
"와우"
창규는 창밖에 남산이 보이는 곳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의자에 앉아 커피에 입술을 대었다.
"흠 이런 기분이겠지?"
사실 커피는 약간 탄내가 느껴졌다. 그래도 창 밖 남산타워가 커피 맛을 연하게 느끼도록 도왔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난 창규는 서재로 자리를 옮긴다.
"밀린 원고를 써야겠다."
이때 또다시 벨이 울린다.
"부동샤 중개소입니다."
화급히 전화를 끊었다
또다시 벨이 울렸다
"좋은 땅이 있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또 울린다.
"선생님 나이에 맞는 보험이.."
"오늘 따라 왜 이런 전화가 계속 이어질까?"
창규는 다시 책상에서 일어나 점퍼를 걸쳤다.
문을 열고 주차장에서 졸고있는 자신의 차를 흘깃 쳐다보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엊그제 검색하다 보니 3일과 8일이 양평오일장이 여느날이었다. 창규는 버스를 타고 회기역으로 이동했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양평역으로 이동할 참이다. 전철에 탑승하니 마침 한 자리가 비어있다. 고등학교 당시. 콩나물시루같은 버스에 올라타듯이 날렵하게 몸을 날려 빈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어느 여자분이 창규 앞에 서 있다. 잠시동안이 아니라 두세 정거장을 지난 것 같다. 창규는 뒤를 돌아보았다. 분홍색.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었다. 창규는 서둘러 일어나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임산부였나? "
속으로 궁금해 하면서. 여성은 간단히 목례를 하고. 창규가 않았던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창규는 차창밖에 펼쳐지는 남한강 물줄기를 보면서 "
오일장 풍경은 어떨까?"
호기심을 극대화했다.
드디어 양평역에 내렸다. 역사 앞으로 나아가 작은 다리 위로 이미 오고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다리 위로 한약재를 비롯해서 즉석 요리를 파는 손수레가 눈에 들어온다..
노점상 곁을 지나 좌측으로 돌아가니 파전과 막걸리를 파는 수레와 주변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노년층에 해당하는 대여섯명이 보인다. 이미 오일장 안은 인산인해로 가득하다. 창규와 같이 구경하러 온 사람들과 각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온 고객들, 그 사이로 밭에서. 재배한 산나물 등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고령의 어른들이 줄지어 앉아 좌판을 이룬다.
"그래. 여기에도 많은 글감이 가득할꺼야."
창규는 오일장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번도 아니고 돌고 또 돌아 다섯번에서 여섯번째가 되는 순간이었다.
"흠 나도 먹어야겠다. 점심을"
창규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장터국수와 파전을 판매하는 곳 자리에 앉았다.
"저도 국수 한그릇 말아주시고 파전 막걸리 하나 주세요."
창규는 아주머니가 말아주는 장터국수를 후루룩 마시면서 파전을 양념간장에 찍어서 한입 문다. 파전이 입 안에 사라지기 전에 막걸리 한잔 입에 털어넣는다,
"그래 이 맛이야.'
창규는 취기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좋은 기분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취기와 함께 졸음이 찾아오려는 순간, 오일장 안이 다시 창규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를 채웠으니 무엇이라도 하나 구입해가야겠지?"
창규는 돌아가면서 강황과 작업용으로 입을 막바지 하나를 구입했다. 그냥 구입할 수 있나? 창규는 흥정에 돌입했다. 강황을 구입할 때에는 작은 병 하나로 덤으로 받고 바지를 구입할 때에는 무려 15,000원을 깎았다.
"그래도 오일장은 이 맛때문에 자주 오게되겠지 그래도 사장님은 이익을 건졌겠지!"
바지를 검정 비닐주머니에 포장하면서 밑졌다고 투정하는 사장님을 뒤로하면서 창규는 자위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사장이 부른 가격은 너무 비쌌다.
"바가지를 너무 씌운다."
창규는 오일장은 가격이 저렴하고 흥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격을 깎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창규는 갑자기 집을 떠나 경의중앙선에 올라 오일장을 찾게된 자신을 돌아본다. 차창에 비쳐진 자신의 얼굴이 남한강물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아직도 여운이 있었다.
"그리 비싸게 가격을 부를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 야박할 정도로 흥정을 해서 가격을 깎을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이 심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창규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뉴스를 보니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본다. 지난 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건축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의 물가가 올랐던 때가 떠올랐다.
"또 기름값이 오르겠네. 아니 기름없이 살아야 하는 시기를 맞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활이 불편하겠지만... 자동차와 생산현장이 멈추게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 전쟁이 지속되면 우리 삶도 매우 취약해질텐데..."
창규는 이러저러한 잡념에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바지를 꺼내 입고 거울에 비쳐본다.
"흠 좋은데."
순간. 창규의 입술에서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흠 방금 전 한국경제를 걱정하던 내가 바지 한벌에 만족해하니... 참 나도..."
창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전신을 보면서 샤워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