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늪에 빠져든다.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은

나이를 잊고 산다.

그런데
종종 나이먹음을 깨닫는다.
제자들이
담임목사가 되고
친구들이 은퇴하고
나도 은퇴했고...

거울을 보고
가끔 지인을 만나면
물론 인사치레인 줄 뻔히 알지만
" 어쩜 피부가 그렇게 좋으세요!"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똑같으세요
하나도 늙지않고(?)
그대로세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나이를 망각한다.

그러다가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이듦을 되새긴다.

그래 세월은...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한바탕 혼이 났다.
85세 된 어르신이
나를 보고 역정을 내신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아직 기저귀도 떼지 않은 놈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이를 잃어버린 망각의 늪으로
다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