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었다.
아니, 찢었다면 테이프로 붙일 수 있기라도 하지.
파쇄기에 넣어 갈아버렸다.
...파쇄...
파쇄라는 단어에서 오는 이 소름은 도저히 수습할 수가 없다.
이미 산산조각 찢겨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된 각종 종이 시체들은 서로를 덮고 덮어 봉긋한 무덤이 되었고, 맨 위에 로또의 잔해는 얌전히 누워 있을 테니 잘만 꺼낸다면 길쭉 날씬하고 같은 재질의 로또 용지만 살짝 들어 올려 매우 정교하게 붙이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아무튼 무지막지한 괴물 파쇄기에 로또 용지가 들어간 건 실수인 줄 알겠지만 실수가 아니다.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의미를 담아 살며시 투입구에 밀어 넣어 준 것이다.
그녀는 왜 740만 원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파쇄기에 넣어버리고 말았을까.
친구가 췌장암 4기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필 로또 당첨된 그날.
같은 날에.
그녀는 파쇄기에 로또용지를 숭고한 손동작으로 밀어 넣고 가슴으로 기도한다.
친구를 위해서.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척, 심지어 평소보다 씩씩해 보이지만 속으로 슬퍼할 나의 친구가 암과 싸워 깨끗하게 낫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도 아니다. 살 확률 0.8%인 이제 약 6개월 남은 시한부 친구의 명을 한 4년만 더 늘려달라는 기도였다.
로또가 4등 당첨이었으니 4등 말고 4년만 더 살고 가란다.
무슨 심정인지 너무 알겠다.
은행에 가서 복권을 내밀고 당첨금액을 받게 되면 왠지 친구의 운도 자신이 가져가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을 테지. 아무 연관도 없지만, 왠지 연관이 있을 것만 같은 그 기분.
740. 그깟 거 필요 없으니 친구를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우정... 그 끈끈하고 숭고한.
--드라마 "서른, 아홉"을 중간쯤 본 후... (볼 때마다 눈물 바람인데 나 이거 끝까지 다 볼 수 있을까.)
출처. 블로그. 오늘도 예쁘게
책을 내면 마냥 행복함만 가득해서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더니 웬걸 밥이 더 잘 들어간다. >.< 뭔가 헛헛해서겠지. 자식 같은 내 책 하나만 망망대해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고, 내 책 혼자 왕따처럼 친구들과 못 어울리고 혼자 외로이 있는 것 같은 속상한 기분마저 든다. 이미 내 손을 떠났는데. 내가 뭘 어쩐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
초연하자.
그래 초연해지자.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행운 같은 요행수를 바라는 마음.
나도 요새, 솔직한 마음으로 행운을 바란다.
근데... 바란다고 오긴 올까?
*아이고. 그러고 보니 뜻밖의 스포..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 3명 중에 누가 아픈 건지 안 알려드렸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