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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Sep 16. 2023

호흡마저 노래가 되는 그녀, 심규선

"이거 써서 뭐 하나 병"이 도질 때

오늘은 토요일이다. 지난번에도 한 번 말했듯이 주말에는 가벼운 글을 쓴다... 는 건 핑계고 이렇게 쉬운 글을 쓰다 보면 영감을 받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좋은 글귀가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 우선 시작부터 해본다. 가볍게 시작해서 다 쓰고 마음에 안 들면 그대로 들고 가 작가의 서랍에 처박아 두면 된다.(뒤죽박죽 정신없는 서랍 속 내 글을 찾을 수 있게 제발 검색 기능을 좀 만들어 주오... 응원하기 광고 알림은 안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티스트 심규선을 좋아한다.

그녀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한낱 가수와 뭐가 다르기에 무려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것이냐고 묻겠지만 나는 그녀를 아티스트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녀의 노래는 울림이 있고 울음을 부르기에. 평소에 꽁꽁 숨겨두었던 감정을 찾아내 어루만져 주고 내게도 이런 감성이 있었구나 발견하곤 깜짝 놀라게 해 준다.


처음 그녀의 영상을 접했을 때

작고 가녀린 체구에 맨발인 그녀는 봉숭아 꽃 같았다. 툭 건드리면 씨가 토독 터지던 봉숭아처럼 씨앗 대신 후드득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노래하는 그녀를 보고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더랬다. 지금 막 절절한 이별을 겪고 온 사람처럼.


https://youtu.be/TtCOQEOfCkc?si=zM8hkcLgZ4MunF50



어디에서 들어봤던 포근한 목소리인데 했다면 아마 고백부부 OST가 아니었을까 싶다. 조용필 원곡인 "바람의 노래"를 소향이 다시 불러 대히트를 쳤지만, "Dream" 이 곡의 부드러움과 따스함도 참 좋다.  


https://youtu.be/EIbW8ImYaDE?si=mLjNl3ox5qLkj_rz

드라마 "고백부부"는 응답하라 느낌이 물씬 나는 타임슬립물. 아직도 안 보신 분은 꼭 보시길. 강력추천합니다.



심규선이 신인이었을 때는 끝 모를 고음을 내지르는 가수들이 찬사를 받을 때였다. 그래서 그녀는 가수로서 자질이 없어 보이는 자신이 노래를 불러도 되는 걸까 고민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한데 가수들 모두가 고음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고음에 강한 소향이 있으면 저음에 강한 김연아 남편 고우림도 있는 것이고, 소울 충만한 가수가 있으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힙에 살고 힙에 죽는 힙합가수도 있는 것.


그녀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는 지금의 나는

그녀가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때로 글을 쓸 때면 이런 글을 써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나를 집어삼키는 때가 있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보잘것 없어지는 마음도 같이 오고 만다.


자신이 애써 만들고 부른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듣기를 바라는 게 보통의 마음일 텐데 심규선은 에세이 "밤의 끝을 알리는"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노래에 위로를 얻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나도 그녀를 배우고 싶다.


가끔 엉뚱한 생각과 욕심에 잠길 땐 그녀의 노래 "소로"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https://youtu.be/0QIM3r9q80g?si=1EIPW1ZNXg9L-ZAy



소로

                      심규선 작사, 작곡, 노래


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진 못해도

터벅터벅 걸어온 날들이 쌓였소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르다 하더니

이토록 순간일 줄은 진정 몰랐소


그대여 두려워 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에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지름길과 복잡한 대로를 피해서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나도 뒤에 올 외로운 그 누구 위해서

한 발 한 발 더 보태여 다지듯 걸었소


그대여 두려워 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에 소로를 따라 겸허히 그렇게


세상의 명예는 독주라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고 휘청댈 뿐

고요히 숨어 솟는 샘물 찾아

조금은 모자란 듯이 그렇게 가시게


그대여 외로워 마시오

모든 길들은 결국 다 이어져 있소

막다른 길 끊어진 길도 밟아가다 보면

먼 훗날 뒤돌아 볼 때 그대의 소로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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