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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Nov 10. 2023

집안일은 잘 안 해도 남편은 잘 재워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오늘은 이승철에 꽂혔는가.

샤방샤방을 흥얼거리던 남편이 어쩐 일로 이승철 노래를 듣고 있다.

이승철 노래란 모름지기 "희야! 날 좀 바라봐.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와 "밖으로~~~~~~~~~~~~~~~~~~나가 버리고......"가 단연 으뜸이 아니던가.

듣고 있는 노래는 누가 들어도 명곡이라 할 수 있는 방금 언급한 두 곡이 아니라 "제빵왕 김탁구" OST로 나왔던 "그 사람"이라는 노래다.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아.


라는 가사가 한 밤중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데 왜 그리도 애잔한지...


남편이 오늘,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가.


초저녁에 잠시 꼬빡 졸다 깨서 이제 다시 일을 좀 하려고 컴 앞에 앉아 있는데 거실에서 홀로 슬픈 노래를 듣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여보, 뮤직비디오 봐?


아니.


얼래? 화면을 감상하는 뮤직비디오라서 저리 열심히 노래를 듣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하게 눈을 감은 채로 노래 감상 중이다.

흐음... 마음 한켠이 더욱 찌르르해진다.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이 혼자 있게 되면 원래 외로운 거지만,

한 공간에 둘이 있는데도 외로우면, 왠지 외로움이 더욱 사무친다.


만일 혼자라면, 옆에 누가 있기만 하면 괜찮아질 텐데 하고 방법이라도 떠올릴 테지만,

이미 혼자가 아닌 둘인데도 외로움에 빠질 땐 어찌해야 외로움을 떨칠 수 있는 건지 방법을 알지 못하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부여잡고 더욱 수렁으로 떠밀리는 기분일 게다.


내가 너무 내 일만 한다고, 회사와 집 밖에 모르는 가정적인 남편을 너무 방치했나 반성이 된다.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쓸쓸한 남편을 더 이상 못 봐주겠어서 벌떡 일어나 살금살금 옆에 가 앉았다.


옆에 가서 몇 마디 말을 걸어주는데 응? 일어나는 남편.

들어가서 자겠다며 일어난다.

내가 곁에 간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일어난다고?


남편이 조금 빨리 일어난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어찌 됐든, 뭐가 되었든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남편을 재웠다.



예전에 자러 갈 때 제발 "잘 자." 하고 굿 나이트 인사 좀 할 수는 없겠느냐고 한 내 말이 떠올랐는지

이젠 잊지 않고 "잘 자." 하고 내게 인사를 해준다.

나도 "잘 자." 하고 대답해 주었다.


아이들도 자고, 남편도 자러 가고, 달도 별도 모두 자는 밤.

이제 난 또

일하러 가야지.

몸을 일으켜 작은 방으로 간다..



https://youtu.be/SmnnT_WBFD8?si=VLHe4Ug8z97LxOW5

남편은 노래만 나오는 걸 듣고 있었고, 저는 뮤직비디오를 찾아서 올려봅니다.


https://youtu.be/ry7yup6ZJlg?si=73bcukzMSRxhCmDK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노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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