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할 곳 없는 방학 숙제

중학생 아들에게 배운 것

by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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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숙제였다.


학교에서도 심도 있게 확인할 것 같지 않은,

아주 단출한 숙제.


매일 세 가지를 체크하면 된다.

운동하기

책 읽기

내 꿈 다지기

막둥이는 매일 이 세 가지를 체크해 나갔다.

image.png 출처. 프리픽

줄 없는 줄넘기를 들고나가

숨이 헉헉 찰 정도로 뛰고 들어오더니

어느새 책을 펼쳐 읽고 있는 모습.

image.png 출처. 프리픽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숙제 체크란에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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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나는 대견하기도 했지만 가끔 입이 간질간질했다.


초등학교는 이미 졸업했는데 개학한다고 해서 이 숙제를 어디 제출할 데가 있긴 한 걸까?


“아들, 그거 어디 내는 거야?”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내 꿈 다지기’ 칸은 아쉽게도 늘 비어 있었지만

운동하고 책 읽는 건 어쨌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입방정으로 말했다가 안 하게 될까 봐 나는 또 한 번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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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달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중학교 입학식을 하고 하루가 지난날.


그동안 참아왔던 질문을 막둥이에게 슬쩍 던졌다.


“근데 아들~”


“방학 숙제 다 한 다음에 어디에다 제출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어? 누가 알아준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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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기 전에 나도 사람인지라 조금 장난을 치고 싶었다.


‘헉, 그러네?’ 하면서 허탈해하는 귀여운 반응을 살짝 기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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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둥이가 한 말은 의외였다.

“내가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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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놀란 건 내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였다.

이 숙제를 누구에게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가 알아줘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으니까 하는 것.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두 달 동안 지켜낸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걸 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그런데 아이는 달랐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해냈다.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서 하나를 배운다.


누가 보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어쩌면 지금

엄마인 내가

아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일화도 떠오른다.


의자 밑바닥을 열심히 다듬던 남편 상순.

이효리가 답답하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여긴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

그러자

"내가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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