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에게 배운 것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숙제였다.
학교에서도 심도 있게 확인할 것 같지 않은,
아주 단출한 숙제.
매일 세 가지를 체크하면 된다.
운동하기
책 읽기
내 꿈 다지기
막둥이는 매일 이 세 가지를 체크해 나갔다.
줄 없는 줄넘기를 들고나가
숨이 헉헉 찰 정도로 뛰고 들어오더니
어느새 책을 펼쳐 읽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숙제 체크란에 표시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대견하기도 했지만 가끔 입이 간질간질했다.
초등학교는 이미 졸업했는데 개학한다고 해서 이 숙제를 어디 제출할 데가 있긴 한 걸까?
“아들, 그거 어디 내는 거야?”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내 꿈 다지기’ 칸은 아쉽게도 늘 비어 있었지만
운동하고 책 읽는 건 어쨌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입방정으로 말했다가 안 하게 될까 봐 나는 또 한 번 꾹 참았다.
그렇게 두 달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중학교 입학식을 하고 하루가 지난날.
그동안 참아왔던 질문을 막둥이에게 슬쩍 던졌다.
“근데 아들~”
“방학 숙제 다 한 다음에 어디에다 제출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했어? 누가 알아준다고. ㅋㅋ”
엄마이기 전에 나도 사람인지라 조금 장난을 치고 싶었다.
‘헉, 그러네?’ 하면서 허탈해하는 귀여운 반응을 살짝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둥이가 한 말은 의외였다.
“내가 알잖아.”
순간 놀란 건 내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였다.
이 숙제를 누구에게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가 알아줘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으니까 하는 것.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두 달 동안 지켜낸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걸 한다고 누가 알아주나?”
그런데 아이는 달랐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해냈다.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서 하나를 배운다.
누가 보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어쩌면 지금
엄마인 내가
아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일화도 떠오른다.
의자 밑바닥을 열심히 다듬던 남편 상순.
이효리가 답답하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여긴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
그러자
"내가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