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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20. 2024

계산기 두드리는 나는 참 못된 년


계산했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피해가 덜 오는지 

어떻게 해야 내 일상에 지장이 덜 생길지 


아픈 엄마가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하루 이틀 사흘이나 꾹 참고 

그래도 안 되겠어서 

도움을 청하는데 

못된 나라는 년은 

내 생각만 했다. 


내 삶의 균형이 깨질까 봐

내 자유시간이 적어질까 봐

내 일에 지장이 생길까 봐 

쓰고 싶은 글을 못 쓰게 될까 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자마자 

머나먼 타국으로 일하러 간 남편과  

같이 산 세월보다 남편 없이 혼자 산 세월이 더 길어 

생때같은 자식 셋을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한 엄마.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저것 재지 않고 애정 듬뿍 주며 키우셨을 우리 엄마


그런 엄마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나는 날 위해서 

얄팍한 계산기를 두드려댔다. 


아마 아셨겠지. 

수없이 갈등하다 전화를 들어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주저하며 말했지만 

흔쾌히 우리 집으로 오시란 말은커녕 

다른 방법을 찾으려 계속 머리를 굴린 걸

오롯이 느끼셨겠지. 


야박한 계산을 해대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 다른 건 다 신경 끄고

마음을 굳게 먹고  

엄마를 모시러 가기로 한 내일. 


집안일에 재능이 없는 나는 아마

건강하지 않은 엄마를 모셔오는 날부터  

내 몸은 쉬이 피곤해지겠지. 

당연히 힘들 테고 짜증 나는 일도 생기겠지. 


그럴 때면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엄마의 젊은 날을 떠올려 보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을 엄마를.


못된 마음은 집어치우자.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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