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했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피해가 덜 오는지
어떻게 해야 내 일상에 지장이 덜 생길지
아픈 엄마가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하루 이틀 사흘이나 꾹 참고
그래도 안 되겠어서
도움을 청하는데
못된 나라는 년은
내 생각만 했다.
내 삶의 균형이 깨질까 봐
내 자유시간이 적어질까 봐
내 일에 지장이 생길까 봐
쓰고 싶은 글을 못 쓰게 될까 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자마자
머나먼 타국으로 일하러 간 남편과
같이 산 세월보다 남편 없이 혼자 산 세월이 더 길어
생때같은 자식 셋을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한 엄마.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저것 재지 않고 애정 듬뿍 주며 키우셨을 우리 엄마
그런 엄마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나는 날 위해서
얄팍한 계산기를 두드려댔다.
아마 아셨겠지.
수없이 갈등하다 전화를 들어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주저하며 말했지만
흔쾌히 우리 집으로 오시란 말은커녕
다른 방법을 찾으려 계속 머리를 굴린 걸
오롯이 느끼셨겠지.
야박한 계산을 해대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 다른 건 다 신경 끄고
마음을 굳게 먹고
엄마를 모시러 가기로 한 내일.
집안일에 재능이 없는 나는 아마
건강하지 않은 엄마를 모셔오는 날부터
내 몸은 쉬이 피곤해지겠지.
당연히 힘들 테고 짜증 나는 일도 생기겠지.
그럴 때면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엄마의 젊은 날을 떠올려 보자.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아이 셋을 키우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을 엄마를.
못된 마음은 집어치우자.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