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꿈이었다면 길몽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냄새가 났다.
자리에 앉았는데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그 냄새.
혹시 누가 '큰일'을 보았나 싶어 주위를 살폈다.
옆자리 사람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잘 안 뿌리던 향수를 살짝 뿌렸는데, 그 때문인가 싶어 손목을 맡아봤다.
아니다. 좋은 향기다.
덕천역에서 3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또 냄새가 난다.
내 코가 이상한 건가?
자꾸 없는 냄새가 난다고 느끼면 정신적으로 문제라던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급기야 치매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문득, 지인의 차 안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혹시나 싶어 고개를 숙였다.
... 아, 이럴 수가.
X 밟았다!
지하철 내내 따라온 범인은
다름 아닌 내 신발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을 의심했다.
결국 문제는 내 발밑에 있었다.
흰색 운동화라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바로 알아챌 수도 있었을 텐데.
다시 보니
오른쪽 신발 앞쪽이 엉망이다
이걸 몰랐다니..
남의 흠만 보기 전에 제 허물부터 돌아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닦아도 닦아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짜증이 밀려온다.
똥이 밭에 있으면 거름이 되고,
방에 있으면 오물이 된다는데
그럼, 신발에 묻으면?
이동식 민폐쟁이 오물인가.
그나저나
저 X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자유만 외치지말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갖추면 좋겠다.
제발 뒤처리 쫌!
#수경담
#지하철
#거름
#오물
*표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wal_172619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