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함 뒤에 숨어 있는 고마움

낯섦에서 친근함으로

by 수경담


수영강을 따라 걷다가 강가에 서 있는 왜가리를 보았다. 예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새였는데, 요즘은 온천천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늘 청초하게 서 있는 모습만 보아왔지, 먹이를 먹는 장면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남편은 어느 날 강가에서 작은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흐름을 응시하던 왜가리가 순식간에 고개를 들더니, 물고기를 낚아챘다는 것이다. 입에 문 채 고개를 여러 번 흔들고, 물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통째로 삼켜버렸다고. 단순히 삼키는 줄만 알았는데, 나름의 ‘식사 전 의식’이 있었던 셈이다.


왜가리는 물고기뿐 아니라 양서류, 뱀, 쥐, 작은 새, 곤충까지 사냥한다. 호리호리한 몸매와는 달리, 사실은 담수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그 우아한 자태 속에는 생존을 위한 강렬한 본능이 숨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왜가리들이 생태계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한때 황소개구리, 배스, 뉴트리아 등과 같은 외래종이 생태계를 교란하며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그 소식이 한결 잠잠하다. 왜가리들이 묵묵히 그들을 사냥해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낯선 새라 여겼던 왜가리가 우리 자연을 지켜주는 고마운 벗이었다. 오늘 만난 그 한 마리 왜가리는, 어쩐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하고 든든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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