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용기 있는 한 걸음
아직 무더운 날씨인데도, 저 나무는 홀로 잎을 물들이고 있다.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사람들은 반팔 차림으로 땀을 훔치고 있는데, 그 나무는 계절의 달력을 앞당기듯 붉고 노란 기운을 품어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 걸까? 아니면 용감하게 먼저 뛰어드는 first penguin일까? 대부분의 나무는 여전히 짙은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는데, 유독 저 나무만 앞서서 가을을 부르고 있다.
남들보다 빨리 물드는 잎은 성급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결이나 낮과 밤의 길이 차이를 제일 먼저 알아챈 존재,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물드는 존재.
First penguin이라는 말이 있다. 바닷속에 숨어 있는 포식자를 무릅쓰고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 위험하지만, 그 한 마리의 용기가 다른 무리들에게 길을 열어준다. 한 걸음이 수많은 발걸음을 불러오는 것이다.
저 나무도 어쩌면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서 이미 가을을 향해 발을 내딛는 나무. 다른 나무들이 뒤따를 즈음이면, 이미 자기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홀로 앞서가지만, 결국 숲 전체가 변해가는 시작점이 되는 나무.
살다 보면 저 나무처럼, 혹은 first penguin처럼 먼저 나서야 할 순간이 있으리라.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시도를 감당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야 한다. 그 발걸음은 때로는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이 없었다면 새로운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라, 먼저 물드는 한 장의 잎, 먼저 뛰어드는 한 마리의 펭귄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작지만 용기 있는 한 걸음이 나와 타인의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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