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의 잡념 2 - 시댁(2)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by 행복한 호프맘

앞에 글에 이어, 내가 시댁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두번 째 사건이다.


일과 가정

나는 요리하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집을 청소하고 꾸미는 것도. 사랑하는 아이를 돌보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내 모습도 사랑한다. 나에겐 이 모든 것이 똑같이 소중하다.


그런데 아이 출 산 후, 어느 날 시부모님은 내게 물으셨다.


"육아휴직은 얼마나 쓸거니?"


원래 우리 회사는 2년을 쓸 수 있지만, 나는 2년이나 커리어가 중단되는 것이 싫어서 1년 또는 1년 반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고, 별 생각없이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꽤나 공격적으로 아래와 같은 말들을 쏟아내셨다. 마치 혼나고 비난받는 것만 같았다.


"1년~? 아니, 애가 돌도 지나고 잘 걸어야 복직을 하지!"

"너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가 제일 중요하다."

"직장 열심히 다니는 건 남편보고 하라고 하고, 너는 애 잘 키우는게 제일로 중요하다."

"복직하고 단축근무 제도라도 쓸거니? 너네 회사는 그런거 쓰기 눈치보이잖아."

"그럼 남겨두는 복직기간은 나중에 쓸거니? 에휴, 그것도 아니라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이걸로 몰아 세워지고, 공격 받아야하지?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그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곰곰히 생각할 수록 미친듯이 화가 났다. 솔직히 오만 정이 떨어졌다. '아니 누구보다 아이 잘 키울 자신 있는데, 내가 좀 빨리 복직하면 애 인생이 망하나? 그리고 아예 육아휴직 쓰지도 않는 자기 아들한텐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자기 아들 커리어는 중요하고, 며느리 커리어는 안 중요하다 이건가? 내가 가계 소득의 50%를 벌어다 주는데? 나도 우리 부모님이 공부 열심히 시켜서 멋지게 살라고, 귀하게 키운 딸인데?'

결국 이 화는 오롯이 남편에게 갔다. 다행히 남편은 자기가 생각해도 부모님이 잘못하셨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남편은 시부모님께 따로 찾아가 말씀드렸다고 한다. 복직 문제는 우리 부부가 알아서 잘 고민하고 결정할 테니,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그 뒤로 더 이상 언제 복직하냐 묻지는 않으신다. 다만 얼마전에 공무원인 시누이는 눈치 안보고 육아휴직 쓸 수 있다고 엄청 자랑하시면서, 은근 슬쩍 나의 빠른 복직이 마음에 안든다는 티는 내셨다. (그런데 알고보니 시누이도 둘째 낳고 1년만 휴직한다고 해서 더 황당할 뿐. 심지어 첫째 때는 아기 출산 후 3개월 동안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시댁은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도리만 다 하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다.

편하고 착한 며느리이기 보단, 조금 불편하고 똑부러지는 며느리로 살기로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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