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17 - 너의 5월

태어난지 289~319일 차

by 행복한 호프맘

2025-05-01 (D+289days)

5월의 첫 날은 살랑이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우르르쾅쾅 천둥이 치면서 무섭도록 비가 올 것 같더니만, 봄은 봄인가 보다. 오전의 천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간지러운 봄비가 땅을 부드럽게 적셨다. 비가 와도 산책은 포기할 수 없지. 이안이와 함께 아기띠를 하고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한강에 가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동네까지 걸어가보는 것도 아닌, 매일 걷는 아파트 단지도 봄비 덕분에 왠지 특별한 느낌이었다.

물웅덩이에 동그랗게 떨어지는 빗방울,

물웅덩이에 살포시 발을 올려 참방거리는 것,

떨어진 솔방울을 데구르르 발로 차면서 걸은 것,

비에 젖은 나뭇잎을 우산으로 쓰다듬은 것,

징검다리처럼 된 길을 똑똑 소리내며 걸은 것.

이안이는 이 모든 것에 꺄르르 소리내어 웃었다. 평범한 아파트 단지 산책이 봄비 하나로 새로운 놀이가 되는 순간이었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2025-05-03 (D+291days)

친정 엄마의 환갑 잔치 날. 2020년 5월, 202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유방암 수술을 받았던 우리 엄마. 그 어렵고 힘든 항암의 과정을 잘 버티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음에 다시 한번 눈물나도록 감사하다. 싹싹한 사위, 귀여운 이안이까지. 그렇게 다 같이 더 큰 가족이 되어 엄마의 환갑을 축하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어딘가 간다는 것은 언제나 조금의 제약이 생기기 마련. 늦지 않게 식당으로 가려고 했으나, 나가려는 참에 응가한 아들 덕에 30분이나 지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앞으로는 무조건 출발해야하는 시간보다 30분은 미리 준비를 마치기로 결심했다. 진짜 발을 동동 구르며 갔는데,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너무 죄송하고 고마웠다. 그래도 이안이는 고깃집에서 아기 의자에 앉아서 한 시간 동안이나 얌전히 잘 기다려주었다. 덕분에 고기도 배터지게 먹고, 엄마의 환갑 식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친정집에 가서 환갑 축하 현수막도 걸고, 풍선도 달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다시 한번 축하했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 요즘은 누구의 생일이든 상관없이, 케이크 초를 불고 노래하는 동안 주인공은 이안이가 되었다. 오늘도 박수치고 활짝 웃으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진짜 주인공 우리 엄마도 정말 행복해하셨다.

사랑하는 우리 친정 엄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이안이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이 배가 되는 것 같아 우리 이안이에게도 또 고맙다.


2025-05-05 (D+293days)

이번에는 5월 연휴 기간 중 시댁 가족 행사! 형님네의 둘째 지홍이가 벌써 또 100일이 되어, 100일 잔치를 한 날. 100일 잔치하는 모습을 보니, 이안이의 100일 잔치 날도 다시 떠올랐다. 그때만해도 범퍼의자에 잘 앉지도 못하고, 머리카락도 훨씬 짧았는데. 언제 이렇게 쑥쑥 자란거니? 시조카 지아와 지홍이 모두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이안이도 사촌들과 잘 지내면서 서로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형님이 있는 것 또한 내게 참 복이다. 이안이 주려고 고기 국물도 만들어주시고, 수박도 예쁘게 썰어서 담아 주셨다. 이것 저것 선물도 챙겨주시고, 용돈까지 주셨다. 무엇보다 만나면 왜인지 마음이 편안해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시댁 식구들이 있음에도 또 감사하다.


2025-05-09 (D+297days)

박수치기에 빠져버린 이안. 요즘 신나는 음악이 나오거나, 즐거운 순간에 두 손에서 짝짝 소리가 날만큼 크고 힘차게 박수를 친다. 확짝 웃으면서 박수치는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신기하다. 얼마 전만해도 박수를 치는건지 우연히 두 손을 모은건지 헷갈렸는데, 이제는 누가봐도 확실히 박수다. 박수 짝짝짝!


2025-05-11 (D+299days)

2월 8일에 시작했던 CFA 인강을 드디어 1회 완강했다. 열심히 육아해내면서 목표하던 것을 해낸 나 스스로가 정말 뿌듯하다. 때로는 육아로 인해 몸이 지칠 때도 많고 공부까지 병행하느라 참 힘들었지만, 이렇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낼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하다. 그리고 옆에서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가끔은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남편에게도 고맙다. 물론 이제 인강만 완강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공부를 더 해야하는데, 기필코 8월 말 시험에 합격하고 말겠다. 이안이에게 그 누구보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2025-05-12 (D+300days)

이안이의 300일. 시간이 참 잘 간다. 200일 축하 케이크를 분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이 지나고 300일이 되었다니.

요즘의 이안이는 자아가 점차 강해져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힘도 부쩍 세져서 몸부림 칠 때에는 감당하기가 꽤 힘들다. 엄마가 잠시만 옆에 없어도 울면서 달려와 매달린다. 이유식은 여전히 잘 먹지 않아, 이유식 줄 때마다 어루고 달래야 하고 사방팔방 음식을 다 흘려서 치우는 것도 일이다. 그렇게 육아 난이도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계속 새로운 힘듬이 추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두 다리로 정말 잘 일어설 수 있게 되었고, 앉을 때도 다리에 힘을 주고 엉덩이가 아프지 않게 잘 앉을 수 있다. 윗니와 아랫니 총 네개가 다 올라와서 모든 것을 깨물기도 한다. "어마~" 부르면서 나를 찾는 모습은 때로 감동적이기도 하다. "안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면 눈치차리고 엉엉 우는걸 보면 이제 내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 젖병을 잡고 분유도 꿀꺽 꿀꺽 잘 먹는다. 휴대용 유모차에도 잘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기분이 좋으면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박수를 마구 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소리를 들으면 두팔을 벌려 파닥파닥 춤도 춘다. 나와 남편이 웃으면 따라서 소리내어 웃는다. 새로운 힘듬과 동시에 이안이는 이렇게나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나 새로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미 300일 동안 잘 키워냈다. 오늘은 이안이의 300일이지만, 왜인지 그동안 이렇게 잘 키워낸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어, 이안이 엄마'라고 잔뜩 칭찬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나 자신. 정말 멋지고 좋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2025-05-18 (+306days)

시간이 정말 잘 간다. 그만큼 이안이도 정말 많이 컸고, 요즘은 이안이의 재미있는 행동들 덕분에 웃기도 정말 많이 웃는다.

침대 가드에서 숨바꼭질 놀이하면 꺄르르 웃으면서 침대 가드 아래에 숨은 우리를 찾아내고, 가드의 천으로 된 망에 얼굴을 찌부시키는 것이 정말 미치도록 귀엽다. 찍어둔 동영상을 수 없이 다시 보고있다.

뽀로로 문짝에 공을 넣으면 소리가 나면서 또르륵 공이 떨어지는 기능이 있는데, 요즘 아주 잘한다. 성공할 때마다 박수치고 칭찬해주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따라서 박수치고, 무한 반복으로 공을 넣는 그 모습이 또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서 걸레질 하듯이 바닥을 열심히 쓸고 다닌다. 친정 부모님도 이 모습을 정말 좋아하신다. 조만간 바닥을 닦을 수 있는 천을 하나 쥐어줘야하려나?

어제는 부엌에 있는 기다란 발매트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하더니, 순식간에 매트를 잡아 들어올리면서 스스로 일어섰다.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 순간적으로 스스로 서있을 때가 있긴 하지만, 이번엔 그 시간이 꽤 길었다. 평소에 1~2초라면, 이번엔 5초 정도? 엄마의 눈에는 그 시간이 참으로 길어 보였고, 정말로 대견했다.

이렇게 꽤나 큰 이안이와 요즘 주말마다 놀러다니려고 노력하는데, 어제는 현충원에 다녀왔다. 주차가 너무나 편하고, 넓은 잔디밭, 하천을 따라 있는 나무 그늘과 벤치, 우리나라 역사와 애국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박물관,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심지어 집에서도 가까워서 자주 가도 참 좋을 것 같다. 이안이가 걸을 수 있으면 함께 피크닉을 해도 좋겠다.

일요일인 오늘은 시댁에 남편과 이안이를 보내두고, CFA 공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사실 이번 주는 조금 나태해져서 공부 양이 적었는데, 다음 주부터는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이안이 엄마니까! 멋진 엄마가 되고 싶으니까!

아무쪼록 행복하고 또 행복한 한 주였다. 공부하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아늑한 집, 언제나 큰 도움을 주시는 양가 부모님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게 자라고 있는 아들, 가끔은 투닥거리지만 언제나 나를 아껴주는 것이 느껴지는 남편, 여전히 귀여운 나의 여동생, 100프로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의 건강한 사고. 감사한 나의 인생. 행복한 나의 인생. 그리고 우리 이안이에게도 그런 인생이 주어지기를.


2025-05-27 (+315days)

이안이가 종종 혼자 아무것도 잡지 않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그러기 시작한 것 같은데, 오늘은 정말 꽤나 길게 일어서있었다! 남편이 샤워 중이었는데 그 앞에 가서 앉아있더니, 갑자기 벌떡 하고 일어나서 양 팔을 들고 5초이상은 서 있었다. 마치 역도선수 같은 자세였다. 너무 놀라고 감격스러워서 카메라를 조금 늦게 꺼내는 바람에 사진이나 영상은 남기지 못했다. 정말 신기하다. 언제 이렇게 큰건지! 잘 하면 돌이 되기 전에 걸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랑 열심히 연습해보자.

이안이는 여러 면에서 그래도 키우기 어렵지 않은 아가인데, 이유식은 솔직히 좀 힘들다. 일주일 정도 이유식 실적이 조금 좋아져서 기뻐했는데(아침 60ml - 점심 100ml - 저녁 180ml), 이틀 전부터 다시 거부한다. 딸기를 섞어서 주면 그래도 넙죽 넙죽 잘 받아먹었는데, 이제 딸기를 줘도 싫어한다. 너무 속상해서 오늘은 처음으로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제발 잘 먹어주면 좋겠다.


2025-05-29 (+317days)

드디어 이안이의 돌 스튜디오 촬영 당일! 한참 전에 예약하면서 이 날이 언제올까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다. 오전 11시 촬영이었는데, 그동안 이 날을 위해 낮잠 시간 조절을 계속 해온 덕분에, 10시부터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아주 기분 좋은 상태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촬영에 도움을 주시는 분이 이안이와 너무 즐겁게 놀아주셔서, 걱정과 달리 엄마는 막상 할 일이 특별히 없었다. 비눗방울을 특히 좋아했는데, 나도 비눗방울 놀이 실컷 해줘야지. 어찌나 잘 웃던지 B컷은 하나도 없고 전부 다 A컷일 것 같다. 한복도 정말 잘 어울렸는데, 색동 한복과 진한 남색 한복 모두 뽀얀 이안이 얼굴에 잘 어울렸다. 남편의 안목으로 고른 두 가지 컨셉 모두 참 예뻤다. 돌 스튜디오 촬영 하나로 행복해진 하루였다. (남편이 같이 있어줘서 그런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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